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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페이의 비밀③] 직접 써봤더니..“결제 안돼요, 잘 몰라요”

기사등록 : 2019-03-13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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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가입 절차와 결제 절차 '불편'
사용 가능한 매장 찾기 어려워 '허탈'

[편집자주] 서울시가 핵심사업으로 추진중인 '제로페이'가 초반부터 된서리를 맞고 있습니다. 결제건수 0.0003%로 항간에선 '수수료 제로’가 아니라 '사용률 제로’라는 얘기까지 나오는 형국입니다. 제로페이가 왜 초라한 성적을 낼 수밖에 없는지 그 이유를 들여다 봅니다.

<목차>
① 탁상행정이 만든 '그들만의 리그'
② 사업자도 “기대 안해요”, 실속없는 상생 플랫폼
③ 직접 써봤더니...매장 “결제 안돼요, 잘 몰라요”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제로페이는 왜 소비자에게 외면받고 있을까. 궁금했다. 하루 동안 제로페이를 직접 사용해보기로 했다.

명동 길거리. 2019.03.12. [사진=김경민 기자]

◆명동 한복판 상점 "제로페이? 결제 안돼요”

먼저 스마트폰에 앱을 깔아 만반의 준비를 했다. 은행 앱과 은행권 공동 앱인 뱅크페이 앱을 선택했다. 인터넷에서 은행 앱을 통한 제로페이 접근 방법을 검색해 본 뒤 인증 절차 등을 거쳐 간단하게 연동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은행권 공동 앱이었다. 은행권 공동 앱인 뱅크페이는 복잡해서 포기하고 싶을 정도였다. 주민등록번호와 계좌번호, 보안카드 혹은 OTP의 일련 번호 등을 입력해야 하는데 첫 단계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여러 은행을 이용하다보니 계좌번호를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자주 쓰는 계좌는 보안카드가 없었다. 은행을 3번 바꿔 가면서 10분 가까이 걸려 겨우 가입했다.

'열불 터지는' 인고의 시간을 참아낸 뒤 제로페이를 직접 사용해보기 위해 서울의 중심 '명동'으로 향했다. 우선 유명 칼국수집을 찾았다. 당연히 제로페이로 결제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주문 후 “제로페이로 결제하겠다”고 하자 휴대폰을 가져가 카드결제기에 대던 종업원은 “이건 안되는 거다”라고 했다. 결국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엔 제로페이 광고가 붙어있는 가판대로 갔다. 하지만 여기도 마찬가지. 제로페이를 묻자 “그게 뭐냐”는 질문이 되돌아왔다. 가판대 주인인 50대 A씨는 “서울시에서 공무원들이 나와서 광고를 붙이고 갔다”며 “제로페이를 모르고 결제도 안 된다”며 멋쩍어했다. 옆에 있던 김밥집에서 “제로페이로 결제가 되냐”고 물었지만 직원들은 역시 손사래를 쳤다.

다음 도전은 약국. 약사가 "웬만한 건 다 된다"고 했지만 역시나 실패였다. 약사는 “설치가 안돼 있나보다”라며 말끝을 흐렸다.

실패가 거듭되자 오기가 생겼다. 결국 박 시장이 제로페이를 시연한 프랜차이즈 매장을 찾았다. 드디어 결제가 됐다.

하지만 은행 앱에 들어가기 위해 로그인을 해야하고 결제를 하기 위해 비밀 번호를 또 입력해야 했다. 결제까지 10초 정도 소요됐다. 

◆ 제로페이존 상인 "제로페이 찾는 두번째 손님이네요" 

영등포역 지하상가 제로페이 광고. 2019.03.12. [사진=김경민 기자]

이번엔 서울시가 선정한 ‘제로페이존’ 영등포역 지하상가를 방문했다. 곳곳엔 제로페이 광고가 보였고 상점 대부분엔 제로페이 가맹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하지만 여기도 제로페이로 결제하기란 쉽지 않았다. 제로페이 가맹 스티커가 붙어 있는 한 상점 종업원은 “어떻게 사용하는 지 모른다”고 했다. 다른 상점에서는 “서울시에서 전폭 지원해주고 상우회에서 권장해서 깔아는 놨는데 사용하기 불편하다”고 밝혔다. 다른 상점들도 “안된다”며 고개를 저었다.

지하상가를 돌다가 드디어 제로페이로 커피 한 잔을 결제할 수 있었다. 제로페이는 QR코드를 찍은 뒤 소비자가 직접 결제 금액을 입력해야 승인이 떨어진다. 커피숍 직원에게 "(커피 값) 2400원을 입력하면 되냐"고 물은 뒤 재차 숫자를 확인했다. 직접 결제 금액을 입력해야 해 실수할까봐 부담스럽고 불편했다.

김윤미 하데스커피 사장(40)은 “내가 손님이라고 해도 제로페이로 결제하지 않을 것 같다”며 “손님들은 보통 현금이 없어 신용카드로 결제하는데, 당장 통장에서 돈이 나가니 제로페이를 쓰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제로페이는 기자와 서울시 관계자들만 찾는다”며 “나 또한 포스도 따로 찍어야 해서 불편하다”고 말했다.

다른 휴대폰 케이스 매장 직원은 QR카드를 내밀며 “제로페이 찾는 손님은 2번째”라며 웃었다. 

km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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