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핵포기를 꺼린다는 확신을 하게 됐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각) WP는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수미 테리 선임연구원을 인용, 지난주 한 백악관 관계자가 대외 정책 전문가들에게 이 같은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 뉴스핌] |
테리 연구원은 이 관계자가 북한이 핵포기 의지가 없다는 것을 트럼프 대통령을 제외한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2차 북미회담 결렬 이후) 마침내 대통령도 북한 비핵화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고 언급했다고 밝혔다.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깨달음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직접 대화로 이전 행정부와의 차별화를 택했던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전략에도 의문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 관계자들은 합의 없이 2차 회담 자리를 박차고 나온 트럼프 대통령 덕분에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이끄는 미 협상팀에 더 많은 힘이 실리게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비건 대표의 대북 브리핑에 참석했다는 익명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비건 대표는 북한이 비핵화 논의에 있어 창의적인 생각을 하지 않으며, 미국이 영변 핵시설 및 일부 제재 완화 요구를 거절한 이후 별다른 ‘플랜B’를 갖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비건 대표는 자신이 작년 1차 북미 정상회담이 지난 다음에야 북미 실무협상을 지휘하게 됐다고 강조했는데, 이를 두고 일부 관계자들은 비건 대표가 어려운 일을 물려 받았음을 깨달았고 협상 결렬에 대한 비난을 받지 않길 원한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비건 대표의 브리핑에 참석한 이 관계자는 “솔직히 다음 행보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면서 “북한이 (핵개발) 결심을 드러낼수록 우리는 (미국의) 결단을 보일 수 있는 강경 발언을 더 많이 할 것이고, 협상 테이블로 복귀할 방법을 찾는 일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헤리티지 재단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이 레드라인이란 점을 밝혔다”면서 “북한이 몰래 무기 개발을 지속하더라도 일단 실험을 하지 않는 이상 트럼프 대통령은 그걸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핵·미사일 실험은 “외교 채널을 닫아버릴 것이 분명하다”면서 “미국은 앞으로 북한 전략을 어디로 가져갈지 고심중인 것 같으며, 대통령도 이전보다 (북한에) 덜 낙관적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북미 문제가 나아지기 전에 더 나빠질 것 같아 우려스럽다”면서 “하노이 회담 이후 가시적인 외교성과가 보이지 않고 있으며, 양측이 오히려 극단적인 포지션만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