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제한적 카풀을 허용하는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 합의가 나온 후 후폭풍이 거세다. 택시·카 풀업계 내부에서 합의안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타협기구가 당초 즉각 구성하겠다고 약속한 ‘실무 논의기구’ 출범은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다.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가 카풀 문제를 담판 지은 건 지난 7일. 양측은 평일에 한해 출퇴근시간인 오전 7시부터 9시, 오후 6~8시에 카풀을 수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상생안’인 듯 했던 합의안이 발표된지 하루만에 두 업계 내부에선 합의안이 무효라며 반대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 위원장과 택시·카풀 업계 대표자들이 지난 7일 사회적 대타협기구 합의안을 발표했다. yooksa@newspim.com |
서울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지난 8일 “전국의 모든 택시 단체가 합의에 이의를 달지 않아 홀로 외로운 투쟁을 계속한다 해도 서울개인택시 5만명의 조합원은 합의안을 거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문을 냈다.
서울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사회적 대타협기구에 참여한 택시 4개단체가 택시 업계 전체를 대변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입장이다. 대타협기구 논의에 참여한 택시 단체는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등이다.
이선주 서울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대의원은 1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합의안이 반쪽짜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 대의원은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전국 16개 시·도에서 선출된 조합 이사장을 대표한다. 그러나 서울시 조합 이사장직은 논의 기간 동안 공석이었다”며 “이번 논의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했고 이사장이 선출된 이튿날 합의문이 발표됐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또 “법인택시는 근무환경이 열악해 종사자들의 평균 근속기간은 3년에 불과하다”며 “이렇게 짧게 근무하는 이들이 택시업계를 대변한다는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또 다른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핵심 관계자 역시 “이번 합의에 대한 각 지역 조합 반발이 심하다. 박권수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회장이 코너에 몰린 상태”라며 내부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이영환 서울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대의원은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 의원들과 대화하기 위해 장을 마련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며 “카풀을 허용하는 개정안 입법이 저지될 때까지 반대 농성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새 요금 체계가 반영된 택시 미터기 프로그램 조정을 위해 관계자가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에서 새작업을 하고 있다. mironj19@newspim.com |
대표성 문제가 제기된 건 카풀업계도 마찬가지다. 택시업계에선 4개 단체가 논의에 참여했으나 카풀업계에선 카카오모빌리티 한 곳만 참여했다. 게다가 카카오가 카풀 서비스만 운영하는 업체도 아닌 점을 들어 합의 대리자로 부적합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풀 스타트업인 풀러스·위모빌리티·위츠모빌리티는 이번 합의가 일방적이라고 반발하며, 카카오모빌리티를 시장 독점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법적 검토에도 착수했다.
풀러스 등 3사는 지난 14일 공동선언문을 발표해 “이번 합의를 인정할 수 없으며, 기득권만의 대타협 기구 협의를 전면 무효화하고 누구에게나 공정한 사업기회를 줄 수 있도록 다시 논의해주기를 요구한다”고 했다.
차량공유업체 쏘카의 이재웅 대표 역시 “개인택시도 아닌 일부 택시업계와 하나의 차량공유업체만 도움 되는 합의를 했다”며 “규제를 혁신하기는 커녕 혁신을 규제해놓고 일부 개인 택시업계와 차량공유업체에게 대승적으로 (합의를) 수용하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카풀 시범서비스 당시 운전자 모집 공고 이미지 [자료=카카오] |
합의안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커져가는 가운데 사회적 대타협기구는 해산된 상태다. 대타협기구는 지난 7일 합의안 발표를 끝으로 해체됐다. 전현희 택시·카풀TF 위원장에 따르면 이후 구체적 내용은 당정과 업계가 참여하는 새로운 실무 논의기구를 즉각 구성해 다뤄질 예정이다.
다만 실무 논의기구 출범은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전 위원장은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당·정·업계가 모두 참여하는 기구를 구성하다 보니 논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아직 준비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용복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팀장 역시 “논의기구 출범과 관련해 아직 진척된 건 없다”고 했다.
일각에선 택시·카풀 문제가 대타협기구 손을 떠난 만큼 벌써부터 합의안 이행이 지지부진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관계자는 “합의안이 나온 후 (논의가) 붕 뜬 느낌”이라며 “대타협기구가 초안을 내놨으니 ‘이제 남은건 알아서 하겠지’라는 식”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실무 논의기구가 언제 어떻게 구성되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택시업계 규제를 풀어준다는 관련 개정안도 3월 임시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대화기구가 해산됐으니 이제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택시·카풀TF 소속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택시·카풀 문제는) 이제 TF 손을 떠나 소관 상임위원회나 정책위원회 등 실제 추진할 수 있는 쪽으로 넘어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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