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로이터=뉴스핌] 김선미 기자 = 한 젊은 베트남 여성은 지난해 말 일본 정부의 ‘기술 인턴 훈련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일본에 도착한 후 임신 사실을 알았다. 그는 고용주로부터 ‘낙태하지 않으면 베트남으로 돌려보내겠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취업 브로커에게 지불해야 할 1만달러(약 1130만원)의 빚이 있었기 때문에 베트남으로 돌아올 수 없었다.
고급 기술 훈련과 상당한 임금을 보장한다는 일본 정부의 이러한 기능실습제도에 참여하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간 외국인 노동자들이 노동착취에 시달리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리고 이렇게 ‘재팬 드림’을 이루겠다며 일본을 찾은 외국인 중 절반은 베트남 근로자들이다.
일본 싱크탱크 개발도상국연구소의 이시즈카 후타바 연구원은 “중국 경제성장과 맞물려 임금도 상승해 중국 근로자들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고학력 젊은이들의 실업률이 높은 베트남 근로자들은 외국에서 일자리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베트남의 생산직 근로자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일본에서 1993년에 도입된 이러한 기능실습제도는 당초 개발도상국 근로자들에게 일본의 기술과 지식을 전수한다는 취지로 시작됐으나, 실상은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부족해진 노동력을 채우기 위한 용도로 운영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실상 저임금과 무급, 초과근무, 폭력, 성폭력 등 열악한 노동환경과 인권 유린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가장 불거진 사건은 일본 4개 회사가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방사능이 오염된 지역에서 오염 물질 제거 작업을 시킨 일이었다.
일본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기능실습제도 고용주의 70% 이상이 노동법을 어겼고, 이 중 초과근무와 안전 문제가 가장 흔한 문제로 지적됐다.
전문가들은 2017년 한 해에만 7000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을 그만뒀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근로자들은 고용주를 바꿀 수 없어 일을 그만둔다는 것은 곳 비자가 무효화된다는 의미다. 이 중 몇몇은 비영리단체가 운영하는 쉼터나 노조로부터 도움을 얻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노동 암시장으로 사라진다.
이 가운데 일본 정부는 오는 4월부터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시행해 외국인 노동자 수용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기술과 지식 정도에 따라 새로운 체류자격을 신설하는 것이 골자인데,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인식 변화를 끌어내기에는 무리라는 지적과 함께 가족 등 동반 입국 및 체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사실상 이민정책이라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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