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유수진 기자 =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이 오는 29일 정기 주주총회를 일주일 앞두고 일단 한숨 돌리게 됐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KCGI)가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이번 주총에서 조양호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석태수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과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결정한 국민연금의 정관변경 시도 등을 두고 표 대결이 벌어질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어서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뉴스핌DB] |
22일 재계 등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민사25부는 21일 한진칼이 KCGI의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를 상대로 낸 가처분 이의 신청을 인용했다. 한진칼 소수주주인 KCGI가 주주제안권을 행사하기 위해선 상장사 특례 요건에 따라 6개월 전부터 지분 0.5% 이상을 보유했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KCGI는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한진칼 지분 12.8%를 갖고 있는 2대 주주다.
이에 따라 주총을 일주일 앞두고 양측의 입장이 뒤바뀌게 됐다. 앞서 그레이스홀딩스는 한진칼이 주주제안 자격을 이유로 안건상정을 거부하자 법적대응에 나섰고, 1심 재판부는 그레이스홀딩스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불복한 한진칼은 서울고법에 항고한 상태에서 해당 주주제안을 '조건부' 주총 안건으로 상정했다.
한진칼은 이날 판결 직후 KCGI 측의 주주제안 7건을 주총 안건에서 모두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애초 KCGI가 주주제안권 행사 자격을 갖추지 못해 이들의 제안 자체가 무효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주제안을 통해 한진칼 경영에 참여하려던 KCGI의 계획이 무산됐다. 앞서 KCGI는 지난 1월 한진칼에 △감사 1인 △사외이사 2인 △감사위원회 위원 2인 △이사 보수 한도 승인 △감사 보수한도 승인 등을 요구했다.
같은 날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도 KCGI가 제안한 7개 안건에 대해 모두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ISS는 "KCGI의 주주제안이 전체 주주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충분한 근거를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그 사유를 밝혔다.
이날 법원의 판결로 한진칼은 일단 큰 고비를 넘긴 셈이 됐다. 남아있는 주요 이슈는 석태수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과 이사 자격 관련 정관을 변경하자는 국민연금의 주주제안 등이다. 특히 석 대표 연임을 두고는 찬반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앞서 한진칼 이사회는 지난 14일 석 대표를 사내이사 후보로 재추천하며 "그룹 전반에 대한 폭 넓은 이해와 풍부한 실무 경험을 갖춘 인물"이라며 "그룹을 발전시키고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KCGI는 석 대표에 대해 "조 회장의 측근으로서 한진그룹 지배구조의 문제점으로 꼽히는 지배주주에 대한 감시와 견제 시스템의 부재, 폐쇄적인 의사결정 문제를 악화시켜온 당사자"라면서 "회사의 기업가치를 명백하게 훼손하고 주주 권익을 현저하게 침해해 사내이사 후보자로 부적합하다"고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ISS 역시 석 대표의 연임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
국민연금이 주주제안한 정관변경 건도 주요 안건 중 하나다. 국민연금은 한진칼에 이사가 회사 또는 자회사 관련 배임·횡령의 죄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될 때 이사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는 내용으로 정관을 변경하자고 제안했다. 지난달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한진칼에 대해 최소한의 수준으로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겠다"고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이는 한진칼 입장에서 상당히 부담스럽다. 실제로 이같이 정관이 변경된다면 현재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 상태인 조 회장이 재판 결과에 따라 한진칼 등기이사에서 '자동 해임'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안건이 사실상 주총에서 통과되긴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관변경은 발행주식의 과반수 출석에 출석 정원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특별결의 사안이기 때문이다. 현재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갖고 있는 한진칼 지분은 28.93%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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