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근희 박다영 기자 = 치매 정복이 또 다시 멀어졌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다국적 제약사의 치매 치료제 개발이 계속해서 실패하고 있다. 기존 가설로는 완치제 개발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다시 한 번 고개를 들면서, 다른 원리의 치료제들이 주목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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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바이오젠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일본 에자이와 공동 개발해온 알츠하이머 신약 '아두카누맙'의 임상 3상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바이오젠에 따르면 중립기관인 임상시험 자료 모니터링위원회가 아두카누맙의 임상 성공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 같은 실망스러운 소식에 나스닥시장에서 거래되는 바이오젠의 주가는 하루 만에 29.2%나 폭락했고 그 다음 날인 22일에도 다시 4.5% 더 하락했다.
앞서 아두카누맙은 업계와 학계의 주목을 받던 치매 신약이었다. 아두카누맙 초기 임상에서 고무적인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바이오젠과 에자이는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1년6개월간 관찰한 결과 질병 진행 속도가 느려졌다고 지난해 7월 밝힌 바 있다.
◆ 치메 신약 또 실패.. 베타아밀로이드 가설에 '의구심'
그러나 바이오젠의 이번 임상시험 중단으로 치매 치료제 개발은 또 다시 요원해졌다. 특히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을 제거하는 원리(기전)의 치매 치료제들이 연달아 실패하면서 베타아밀로이드 가설에 대한 의구심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아밀로이드 가설은 뇌 속에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쌓이면 뇌신경세포가 파괴되고 기억이 지워진다는 가설이다. 치매 환자의 뇌에는 베타 아밀로이드가 뭉쳐진 덩어리 형태가 발견된다. 이에 제약사들은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생성을 억제하는 기전의 약물을 개발해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화이자, 일라이릴리, MSD, 베링거인겔하임 등 배타아밀로이드 기전의 치료제를 개발하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잇달아 임상에 실패했다.
베타아밀로이드 기전의 치매 치료제들이 실패하면서 업계에서는 다른 기전의 치료제들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 벤처기업 알렉터는 면역세포인 '마이크로글리아'를 활용해 뇌 속 노폐물을 제거하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미국 제약사 애브비로부터 2억250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바이오 벤처기업 뉴라클사이언스가 신경교흉터를 유발하는 단백질을 발굴, 치매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신경교흉터는 뇌조직의 신경세포가 망가지거나 손상됐을 때 나머지 신경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생기는 흉터다. 흉터가 방어막 역할을 하면 신경이 상처 부위를 지나가지 못해 신경 재생이 불가능해진다.
계속되는 치매 치료제 개발 실패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많은 제약사들은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환자가 계속 늘어나고,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치매 환자는 2030년 7500만명, 치료제 시장은 2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k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