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정부가 증권거래세 단계적 인하 및 양도차익 통합과세 등 금융세제 개편을 공식화한 가운데 막후에서 업계 대표자로 나선 금융투자협회에 대한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일련의 정책 수립 과정에서 취임 2년차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이 존재감이 제대로 발휘됐다는 분석이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 회장[사진=금융투자협회] |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혁신금융 비전선포식’에서 관계부처 합동 ‘혁신금융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혁신성장을 위한 주요 금융정책들이 공개된 가운데 금투업계 숙원인 증권거래세 인하와 양도차익에 대한 연간 단위 손익통산 과세 등 세제개편안도 함께 포함됐다.
증권거래세의 경우 상반기 중 현재보다 0.05%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향후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진 않았지만 문 대통령이 ‘단계적 인하’를 언급한 만큼 향후 주식 양도세 강화 스케줄에 따라 추가적인 인하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았던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역시 연간 단위로 손익 통산이 허용된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내년 1월부터 국내 주식 또는 해외 주식의 손실과 이익을 합쳐 계산(손익 통산)한 뒤 세금을 부과받게 된다.
이 같은 변화는 금융투자업계가 일찍부터 금융당국에 꾸준히 주문하던 내용이다. 현행 증권거래세와 양도차익 과세 체계가 이중과세 논란은 물론 ‘소득 있는 곳에 부과한다’는 과세원칙에도 어긋나는 만큼 자본시장 활성화에 가장 큰 장애물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작년 2월 취임한 권용원 회장 역시 평소 세재개편 등 규제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지난 1월 취임 1주년을 맞아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증권거래세 등 불합리한 자본시장 과세체계 개선을 위해 정부나 국회 등에 합리적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정부 및 여당 주요 관계자들과 면담하며 자본시장 세제개편안에 대한 금투업계의 의견을 꾸준히 개진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최운열 자본시장 활성화 특별위원회(자본시장특위) 위원장 등과의 회동이 대표적 사례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월15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를 방문해 증권 ·자산운용사 사장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최주은 기자> |
그동안 협회는 주요 이슈에서 업계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회원사들이 납부하는 회비로 운영되지만 오히려 당국의 결정을 회원사들에게 전달하는 ‘메신저’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정부나 금융당국에 쓴소리를 아까지 않아 ‘검투사’로 불리던 황영기 회장 취임 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때문에 황 회장에 뒤를 이어 제4대 회장에 뽑힌 권용원 회장 역시 존재감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취임 1년 만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면서 단숨에 주위의 우려를 불식시키는데 성공했다.
한 대형 금투사 관계자는 “공직과 IT, 증권사 사장 등 다양한 분야를 두루 경험했다는 장점에도 업무추진력에 대한 의구심이 존재했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자신이 가진 인적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활동폭을 넓힘으로써 업계 의견이 정부 개편안에 반영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작년 11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자본시장혁신 4대 전략 12개 과제를 수립하는 데도 협회가 적지 않은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4대 전략은 ◇혁신기업 자금조달체계 전면 개선 ◇전문투자자 육성 및 역할 강화 ◇신규공모(IPO) 제도 개편 및 코넥스 역할 재정립 ◇증권회사 자금중개 기능 강화 등이다. 협회는 과제별 문제점과 대응 방법을 논의하고자 총 14대 테스크포스(TF)를 조직해 운영 중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협회가 회원사와 당국의 가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며 “취임 2년차를 맞아 주요 공약사항인 초대형IB 제도 안착, 파생상품시장 활성화 등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성과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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