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기업의 이익률이 4년만에 처음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인건비와 원자재, 운송비 등 비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이를 소비자들에게 전가하지 못한 결과다.
1분기 뉴욕증시의 기업 실적 시즌이 바짝 다가온 가운데 이른바 이익 침체에 대한 경고가 투자자들 사이에 재점화되는 모습이다.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중심으로 한 뉴욕의 금융가 [사진=블룸버그] |
26일(현지시각) 골드만 삭스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올해 순이익률이 40bp(1bp=0.01%포인트) 위축, 10.9%로 후퇴할 전망이다.
예상이 적중할 경우 미국 기업의 이익률은 2015년 이후 첫 감소를 기록하는 셈이다. 관세 전면전에 따른 충격에 각종 비용 상승이 맞물리면서 기업들 숨통을 조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전미실물경제협회(NABE)의 조사에서 인건비가 상승하고 있다고 답한 경영자가 58%로 사상 최고치를 나타낸 반면 이를 반영해 소비자 가격을 인상했다고 밝힌 이들은 19%에 그쳤다.
어닝 경고를 내놓은 것은 골드만 삭스뿐만이 아니다. S&P 다우존스 지수의 호워드 실버블라트 수석 애널리스트 역시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기업들 이익률 하락 추세가 두드러진다”며 “2015년 이후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블랙록은 올해 큰 폭의 이익 침체가 뉴욕증시를 강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지난주 블랙록은 보고서를 통해 기업들의 이익률이 시장의 판단만큼 강하지 않고, 올해 전례를 찾기 힘든 ‘이익 절벽’을 맞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RBC 캐피탈 마켓에 따르면 S&P500 기업 가운데 애널리스트의 이익 전망치가 하향 조정된 종목이 절반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IT와 소재, 에너지 섹터의 전망이 크게 악화됐다. 반면 이익률 전망치 상향 조정은 18%에 그쳤다.
아울러 시장조사 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기업들 역시 실적 전망치를 낮춰 잡는 가운데 1분기 S&P500 기업의 순이익이 1.7% 줄어들 전망이다. 앞서 모간 스탠리는 이익 감소 폭을 2.5%로 전망한 바 있다.
월가 투자은행(IB) 업계는 기업 이익이 2분기 연속 전분기 대비 감소, 소위 이익 침체가 가시화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비용 상승 이외에 트럼프 행정부의 세금 인하 효과가 이미 희석된 데다 보호주의 무역 정책에 따른 파장이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이와 함께 중국과 유럽으로 확산된 실물경기 둔화 역시 수출 기업을 중심으로 미국 기업의 수익성에 흠집을 내는 악재다.
시장 전문가들은 1분기 기업 실적이 발표되는 4월 뉴욕증시가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주요 기업들의 이익 감소와 함께 연간 전망치 하향 조정이 꼬리를 물면서 뉴욕증시의 상승 탄력을 꺾어 놓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기업 실적 악화가 경기 침체를 둘러싼 경계감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 월가의 지적이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