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과격한 비둘기파 기조가 과거와 같은 약발을 내지 못하는 양상이다.
2015년 12월 제로금리 정책을 폐지한 뒤 9차례의 금리인상을 단행한 정책자들이 사실상 통화정책 정상화에 마침표를 찍었고, 아시아와 유럽 중앙은행 역시 같은 행보를 취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경기 침체를 둘러싼 투자자들의 공포는 오히려 고조되는 모습이다.
월가 [사진=로이터 뉴스핌] |
월가 투자자들 사이에 침체를 점치는 의견이 연준의 통화정책 회의 이후 상승하는 한편 연내 금리인하 전망이 90%까지 치솟았다.
25일(현지시각) 시장조사 업체 앱솔루트 스트래티지 리서치(ASR)에 따르면 머니매니저들이 예상하는 향후 12개월 이내 경기 침체 가능성이 약 40%에 육박, 지난 2016년 초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와 함께 미국 벤치마크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과 정책 금리에 가장 민감한 2년물 국채 수익률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은 32% 선으로 뚝 떨어졌다.
이번 조사는 252명의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실시했고, 이들의 운용 자산 총액은 4조7000억달러에 이른다.
이와 별도로 구글에서 ‘침체’ ‘일드커드’ 검색이 폭증했다. 지난 22일 미국 3개월물과 10년물 일드커브가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역전된 데 따른 반응으로 풀이된다.
사실상 긴축 사이클 중단과 9월 대차대조표 축소 종료를 골자로 한 연준의 ‘서프라이즈’가 투자 심리를 진정시키지 못했다는 의견이 힘이 실린다.
ASR의 데이비드 바워스 리서치 헤드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정책자들이 경기 사이클 회복에 대한 투자자들의 확신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며 “침체 전망이 날로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머니마켓이 예상하는 연내 연준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90%까지 뛰었고, 2020년 추가 금리인하를 점치는 의견이 번지고 있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헤지펀드를 중심으로 투기거래자들의 미 국채 선물 포지션이 급속하게 줄어들고 있다.
제로 파월 연준 의장이 이번 회의에서 2.25~2.50%의 현재 연방기금 금리가 중립 수준이라고 밝힌 데 대한 우려도 최근 금융시장 혼란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감안한 실질금리가 0.25%로, 2006년 연준의 긴축 사이클 종료 시점의 수치 2.75%와 2000년 수치 4%에 크게 못 미치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 경우 경기 한파에 대응할 수 있는 연준의 정책적 대응이 지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정책자들의 긴축 사이클 종료에 투자자들이 과거와 같은 안도감이 아니라 강한 경계감을 보이는 상황은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