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영국 정부가 중국 공룡 통신사 화웨이의 장비에 안보 관련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이는 화웨이의 5G(5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 장비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미국 측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중국 통신장비 제조업체 화웨이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아울러 영국의 이번 보고서가 화웨이 장비의 사용을 금지시키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맞서 위험성 여부를 직접 검토하겠다고 나선 유럽 주요국에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에 시선이 집중됐다.
28일(현지시각) 로이터를 포함한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영국 정부 주도로 화웨이 장비에 대한 조사를 벌인 위원회는 4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내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과 사이버 보안에 심각한 문제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미국 측의 주장대로 화웨이 장비가 국가 보안에 상당한 위협이 된다는 얘기다.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가 인증 없이 전산망에 침투해 정보를 해킹할 수 있는 이른바 백도어를 장비에 설치, 기밀을 빼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화웨이가 중국 공산당과 유착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 가능성을 감안할 때 안보 위협이 보다 현실적인 문제라는 지적이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에도 화웨이 장비의 위험성을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문제를 통제할 수 있다고 판단, 미국 측의 장비 사용 금지 압박에 대해서는 반기를 들었다.
이날 보고서에서 영국 정부는 화웨이가 앞서 지적했던 결함을 해결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아울러 추가로 위험성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이번에도 화웨이 장비의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영국뿐 아니라 주요국 정부가 직면한 딜레마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보다폰을 포함한 유럽 주요 통신사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 장비 업체인 화웨이에 크게 의존하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5G 시장 선점을 놓고 각축전이 벌어지는 상황에 화웨이 장비를 포기하는 일이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라는 얘기다.
화웨이의 5G 장비를 도입하지 않을 경우 기술 경쟁에서 수 년간 뒤쳐질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손실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5G는 인터넷 속도를 대폭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제조업과 헬스케어, 운송 등 주요 산업 전반에 획기적인 성장 발판을 제공할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영국의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독일을 포함한 유럽의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을 필두로 호주와 일본 대만 등 전세계 GDP의 32.6%를 차지하는 국가가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고, 독일을 포함한 유럽 주요국과 싱가포르, 필리핀, 러시아 등은 자체적인 검토를 거쳐 장비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여지가 높다.
이 밖에 중국과 함께 인도네시아와 남아공, 터키 등은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