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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하노이서 김정은에게 핵무기 넘기라고 요구”

기사등록 : 2019-03-30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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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회담 결렬 이유 설명될수도”
볼턴의 리비아식 모델 반영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진행한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한 장의 문서에서 북한의 핵무기와 핵폭탄 연료를 미국에 넘길 것을 요구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9일(현지시간) 입수 문건과 소식통을 인용해 단독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지난달 28일 이 문서의 한글과 영어 버전을 건넸다고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이야기해 온 비핵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김 위원장에게 처음으로 직접 정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회담 2일차에 예정됐던 실무 오찬과 합의문 서명식은 이후 취소됐다. 로이터통신은 북한과 미국이 모두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종료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지만, 이 문건이 설명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문건의 존재는 이틀간의 정상회담 이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한 TV 인터뷰에서 처음 언급됐다. 볼턴 보좌관은 인터뷰에서 해당 문건에 북한이 핵무기와 핵분열성 물질을 미국에 넘겨야 한다는 내용이 언급됐다는 이야기를 밝히지는 않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열린 북미 2차 정상회담 단독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2018.02.28. [사진=뉴스핌 로이터]

로이터통신은 이 문건이 볼턴 보좌관이 오랫동안 견지해온 강경책인 ‘리비아 모델’의 비핵화를 나타낸다고 전했다. 북한은 리비아 모델을 반복해서 거절해왔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이 같은 요구를 모욕적이고 도발적이라고 봤을 수 있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볼턴 보좌관의 접근방식으로부터 거리를 둬왔으며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만 리비아식 모델을 적용할 수 있다고 언급해 왔다.

북한이 무기를 내줘야 한다는 제안은 지난 2004년 볼턴 보좌관에 의해 처음 거론됐다.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한 지난해 다시 이 제안을 했다.

소식통은 해당 문건이 북한에 미국이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에 대한 분명하고 간결한 정의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로이터통신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으며 국무부도 기밀 문건에 대한 논평을 거절했다.

지난달 정상회담 후 북한 관료들은 볼턴 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깡패 같은’(gangster-like) 요구를 했다고 주장하면서 미국과 대화를 중단하고 미사일과 핵 실험 중단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겠다고 언급했다.

로이터통신이 확인한 영어 버전의 문건에서 미국은 북한에 핵 인프라와 생화학 전쟁 프로그램, 관계 양용 시설 및 탄도미사일, 발사대, 관계 시설을 완전히 폐기할 것을 요구했다.

북한의 핵무기와 폭탄 연료를 미국에 넘기는 것을 비롯해 이 문건은 4가지 주요 포인트를 담았다. 미국은 해당 문건에서 북한이 핵 프로그램에 대한 포괄적인 신고하도록 하고 미국과 국제 감시기구에 완전한 접근을 허용할 것을 요구했다. 또, 핵 프로그램과 관계된 모든 과학자와 기술자를 상업 활동으로 옮길 것도 요청했다.

지난달 베트남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합의 도달에 실패하면서 갑자기 중단됐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번째 정상회담 역시 볼턴 보좌관이 비핵화와 관련해 리비아식 모델을 고수하면서 거의 취소될 위기를 맞기도 했다.

미국과 비핵화 협정을 맺은 지 7년 만에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은 몰락했으며 카다피 역시 사망했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스팀슨 센터의 북한 전문가 제니 타운은 미국 측 문건 내용이 놀랍지 않다면서 “이것은 볼턴이 처음부터 원했던 것이고 분명히 통하지 않을 것이었다”고 말했다. 타운은 이어 “미국이 정말로 협상에 진지했다면 이것은 그들이 취할 수 있는 접근법이 아니었다는 점을 배웠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타운은 “이것은 이미 한 번 이상 거절됐으며 계속 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모욕적이기만 할 뿐”이라며 “이것은 애당초 가능성이 없는 것이며 이 과정에서 학습곡선이 결여돼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볼턴 보좌관은 하노이 정상회담 후 ABC방송의 ‘디스 위크’와 인터뷰에서 북한이 다양한 형태로 비핵화를 약속했지만, 기꺼이 위반했다며 “우리는 비핵화를 그들의 핵무기 프로그램과 우라늄 농축 시설,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의 제거라고 정의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한 달래기에 나선 모습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들에게 “현시점에서 추가 제재는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북한은 이미 대단히 고통받고 있다”고 했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미 재무부가 부과한 제재를 철회할 것을 지시했다고 발언한 바 있다.

 

mj7228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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