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사법농단’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61·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2일 재판에서 처음으로 현직 판사의 증언이 이뤄졌다.
이날 법정에 선 정다주 의정부지법 부장판사는 “임종헌 전 차장 지시로 보고서를 작성했다”며 “부담을 느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차장의 제 5차 공판기일을 열고 정다주 부장판사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04.02 mironj19@newspim.com |
정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이 기획조정실장으로 있던 지난 2013년부터 2015년 사이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으로 근무했다.
정 부장판사는 ‘조사 과정에서 사법부 권한을 남용하는고 비밀스럽게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다고 진술한 것이 사실이냐’는 검찰 측 질문에 “그렇게 진술한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또 임 전 차장 지시로 박근혜 전 대통령 말씀자료 관련 검토 방안, 상고법원 추진 관련 국회 동향,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정지 재판,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관련 재판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정 판사는 이들 문서와 관련 “이 문서를 작성할 때 제게 결론을 낼 시간적 여유나 재량이 주어지지 않았다”며 “결론에 도달하는 논리적 흐름까지 임 전 차장이 상세히 구술해 준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특히 전교조 법외노조 효력정지 사건과 관련해선 “임 전 차장이 구술한 내용이라 정확히 진위확인을 할 순 없지만 대(對) 행정부 관계에서 사법부의 이미지를 어떻게 하면 극대화해서 개선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내용이었다”고 구체적으로 임 전 차장의 당시 지시 내용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신문 과정에서 임 전 차장 측과 검찰의 힘겨루기도 수차례 거듭됐다.
임 전 차장은 검찰의 신문 내용에 대해 중간중간 직접 나서 “유도신문이다” 또는 “부적절한 신문”이라고 반발했다.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이나 들은 사실을 진술하는 재전문진술 등에 대해서는 “증거 채택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검찰은 “증거조사 과정에서 이미 (증거채택을) 동의해 놓고 다 의견을 바꿔 증인을 먼저 신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증거조사 전 번의는 권리가 맞지만 무제한적인 번의는 재판 지연을 의도하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재판부에 정확한 재판진행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증인신문에 앞서 공판에서 임 전 차장과 검찰 측이 증거 채택 여부를 두고 주장이 맞섰던 이동식저장장치(USB) 추출 자료에 대한 증거 능력을 대부분 인정하기로 결정했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