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유수진 기자 = LG화학과 삼성SDI의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자동차가 중국에서 보조금 지급의 전 단계인 형식승인을 통과했다. 아직 '본게임'이 남은 만큼 결과를 예단하긴 이르지만 내년 공식적으로 보조금 정책이 폐지되기 전 중국시장이 열릴 가능성이 생겼다.
LG화학 오창 전기차배터리 공장 생산라인. [사진=LG화학] |
8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중국 공업화신식화부는 이날 공식 홈페이지에 제318차 형식승인 통과 자동차 목록을 게재했다. 중국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상인 '친환경차 추천 목록'에 포함되기 위해선 일단 형식승인을 무조건 통과해야 한다.
이날 형식승인 확정 리스트에는 LG화학의 NCM 배터리가 적용된 둥펑르노자동차의 전기차 4종과 삼성SDI의 NCM 배터리가 탑재된 충칭진캉(重庆金康) 친환경자동차의 전기차 1종 등 총 5종이 모두 포함됐다. 앞서 양사는 지난달 중순 해당 모델들에 대해 형식승인을 신청했다.
이에 따라 양사의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가 중국시장에서 보조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이달 중순 둥펑르노와 충칭진캉이 각각 해당 모델에 대해 보조금을 신청하면, 다음 달 초나 중순 최종 결과가 나오게 된다. 현재로선 보조금을 받기 위한 2단계 절차 중 첫 번째를 완수한 셈이다.
하지만 형식승인 통과가 실제 보조금 대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형식승인을 받고도 보조금 목록에 오르지 못했던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가 적용된 베이징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5월 형식승인을 통과했으나 이후 의미 있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당시 먀오웨이 공신부 부장(장관)이 방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만나는 등 한중 양국 정부가 배터리업계 차별 해소 등과 관련해 활발한 논의를 주고받으며 보조금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으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잔뜩 기대했던 SK이노베이션은 물론 LG화학과 삼성SDI 등 업계 전체에 실망한 표정이 역력했다.
이 때문에 중국 자동차업체들은 지난 1년간 한국 업체들의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들의 형식승인 신청 자체를 자제해왔다. 중국정부의 자국 기업 육성정책이 여전해 사실상 보조금 리스트에 오르기가 쉽지 않은 데다 신청할 때마다 적지 않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대신 국내 배터리 3사는 보조금 정책이 아예 사라지는 오는 2020년에 맞춰 중국사업 재개를 준비할 계획이었다.
배터리업계는 일단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 침착하게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형식승인을 통과한다고 바로 보조금을 받는게 아니지 않느냐"며 "이르면 5월 초 최종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 그때까지 좀 더 기다려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형식승인을 신청한 국내 업체의 배터리 탑재 전기차가 모두 긍정적인 결과를 얻은 만큼 이번엔 최종적으로 보조금 리스트에 포함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도 조금씩 감지된다.
한편, 중국정부는 매달 보조금 지급대상 전기차 목록을 업데이트 하고 있으며 국내 업체들의 배터리가 적용된 차량은 지난 2017년 1월부터 2년4개월째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전기차 보조금을 2017년 20%, 2018년 30%, 2019년 40%씩 점차 축소해왔으며, 내년에 완전히 없앨 계획이다.
이에 대해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기술력이 아직 부진한 가운데 중국 정부의 구매 보조금이 계속 삭감되고 있다"며 "향후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중국 진출 가능성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진단했다.
uss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