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대법원 기밀 자료를 무단반출한 뒤 파기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해용(53)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현 변호사)의 첫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 측이 초반부터 법리 공방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박남천 부장판사)는 10일 오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유 전 연구관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이날 유 전 연구관은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 절차가 아니기 때문에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다.
변호인은 “사실관계 자체는 큰 다툼이 없다”면서도 “검찰이 낸 증거목록 중에 피고인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는 증거가 많고, 입증 취지에도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반하는 부분을 전부 기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그렇다면 증거에 대해 부동의하면 되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포함해 정상적인 법리 주장이라기보다 공판절차 자체를 지연시킬 의도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맞섰다.
공방이 계속되자 재판부는 변호인 측에 검찰 증거에 대한 인부서를 내주까지 제출해달라고 주문했다. 또 공소사실의 쟁점을 좀 더 명확히 해달라고 양측에 요청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유해용 전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이 12일 오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등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검찰청에서 출석하여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8.09.12 kilroy023@newspim.com |
유 전 연구관 측은 검찰의 출석요구와 검찰 수사 당시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 형사소송법 일부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위헌법률심판 제청이란 기소된 법 조항이 헌법에 합치하는지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하는 것을 말한다.
변호인은 “검사의 출석요구권이 포괄적으로 규정돼 있어서 조사 절차나 제한이 없어 과잉금지원칙 위배이고, 출석요구 자체가 별도의 재판의 전제성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신청 이유를 밝혔다.
또 “지금까지 검사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몇 십년 동안 재판에서 증거로 다뤄왔지만 세계 선진국 어디에도 재판이 이뤄지는 나라가 없다”며 “앞서 헌법재판소에서도 이 부분을 다뤘다 위헌 결정이 나지 않았는데, 헌재 구성이 바뀌었기 때문에 충분히 다른 판단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다들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고 있지만 당연하지 않다는 걸 분명히 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청구하게 되면 헌재가 위헌 여부를 판단할 때까지 재판이 중지된다.
검찰은 지난달 5일 유 전 연구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공무상비밀누설·절도·공공기록물관리법위반·개인정보보호법위반·변호사법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에 따르면 유 전 연구관은 대법 선임재판연구관을 지내던 2015년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으로 알려진 김영재·박채윤 부부의 의료용 실 특허소송 자료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통해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대법 근무 당시 담당했던 숙명여대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상대로 낸 변상금부과처분 취소소송을 변호사 개업 후 수임한 혐의와 2018년 2월 퇴임하면서 대법 재직 당시 관리하던 검토보고서 58건을 무단 반출한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오는 24일 유 전 연구관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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