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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형락 기자 = 인프라 투자 시장에서 '세컨더리 전략'을 구사하는 펀드가 나왔다. 금융투자회사들의 인프라 투자 미매각 물량을 담아뒀다가 연기금, 보험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투자집행을 결정하면 투자 물건을 넘기는 '윤활유' 역할을 하는 펀드다. 미매각 물량을 떠안고 있던 증권사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면서 수익을 내는 펀드로 인프라 투자 시장에 유동성을 불어 넣어줄 전망이다.
원유 채굴장비[사진=로이터 뉴스핌] |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은 '세컨더리 전략'을 추구하는 '세컨더리프라임인프라펀드'를 출시했다. 사모 블라인드펀드로 인프라 투자 딜(거래)을 인수하는 펀드다. 지난 2~3월 펀드에 1000억원이 들어와 초기 펀드레이징(자금조달)을 마감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주식시장이 불안하고, 부동산도 가격이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예금, 채권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리테일 인프라 투자 수요가 몰렸다"고 분석했다.
펀드는 주로 해외 인프라 투자 물건을 담는다. 도로, 항만, 파이프 시설, 학교, 병원, 교도소 등 정부가 규제로 독점권 보장하는 사회간접시설 위주로 투자할 예정이다.
펀드 만기는 2년이다. 목표수익률은 6~10%정도다. 인프라 자산을 총액인수한 금융투자회사와 셀다운(인수 후 재판매) 받을 기관투자자 사이에 발생한 단기 미스매치를 활용한 일종의 가교 역할을 하는 펀드다. 개별 인프라 투자건을 3~6개월 동안만 담아 캐리(보유)기간을 짧게 가져갈 계획이다.
국내에서 '세컨더리 전략'은 대체투자보다 주식투자에 익숙한 전략이다. 사모펀드(PEF)나 벤처캐피털(VC) 등이 투자한 회사 지분 가운데 펀드 만기 안에 매각하기 어려운 주식을 사들인 뒤 지분 가치가 오르면 되팔아 차익을 얻는 방식이다.
'세컨더리프라임인프라펀드'는 국내에서 인프라 세컨더리 시장을 개척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금융투자회사의 인프라 투자 총액인수 미매각 물량을 해소하고, 리테일 투자자 인프라 투자 수요를 충족하는 펀드로 자리잡겠다는 구상이다.
국내 금융투자회사는 2015년부터 자본금을 늘리며 해외 대체투자 총액인수 사업에 뛰어들었다. 금융투자회사가 해외 인프라 투자를 총액인수해 기관투자자에게 셀다운하는 과정으로 투자가 이뤄진다. 지금은 금융투자회사 투자은행(IB) 부분의 알짜 먹거리다.
하지만 인프라 투자 유통물량이 늘며 금융투자회사와 기관투자자의 미스매치 문제가 떠올랐다. 금융투자회사는 미매각 물량을 떠안으면 북(book·자금운용한도)을 활용한 IB 수익이 줄고, 투자담당 부서는 패널티까지 받을 수 있다.
금융투자회사와 기관투자자 의사결정 속도차도 미매각 이슈를 만드는 요인이다. 금융투자회사는 보통 비딩(입찰)부터 총액인수까지 1~2개월 안에 마무리한다. 이후 3~6개월 안에 셀다운을 목표로 투자를 집행한다. 하지만 연기금의 투자 의사결정은 6개월을 넘기는 경우도 있어 미매각 물량이 나올 수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국내 금융투자회사의 인프라 투자는 늘었지만 세컨더리 시장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며 "외국에선 대체투자 미매각 물량을 세컨더리 펀드가 받아가 시장 비효율을 해결한다"고 말했다.
이번 펀드 결성은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 대체투자2본부가 주도했다. 대체투자2본부는 맥쿼리 출신인 차종현 전무, 김주원 상무 등을 주축으로 지난해 9월 국내 상장 인프라펀드인 '맥쿼리인프라'에 운용보수 인하를 요구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번 펀드를 시작으로 인프라 투자의 리테일화를 위해 인프라 투자 상품을 소개할 계획이다.
ro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