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헌법재판소가 66년만에 낙태죄에 대해 사실상 위헌(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시민단체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낙태죄 찬성단체는 헌재가 법정신과 실정법에 맞지 않는 모순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강력 비판한 반면 반대단체는 여성인권이 한 걸음 전진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헌재는 11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서 낙태 처벌을 규정한 형법 제 269·270조 등에 대한 위헌소원 사건에 대해 헌법재판관 4(헌법불합치) 대 3(단순위헌) 대 2(합헌) 의견으로 '헌법불합치'를 선고했다.
11일 낙태법유지를바라는시민연대가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낙태법 합헌 판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임성봉 기자] |
낙태죄 찬성단체들은 즉각 헌재 판결을 비판하는 입장문을 발표하며 크게 반발했다. 낙태반대운동연합 등 6개 단체로 구성된 '낙태법유지를바라는시민연대'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헌재 결정에 유감의 뜻을 표했다.
이 단체는 "2012년의 (낙태죄 합헌)선고를 뒤집는 이번 결정은 시대착오적이며 비과학적인 판단"이라며 "낙태죄 폐지에 따라 예측되는 수많은 문제에 대해 충분한 검토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성급한 판단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헌법 정신은 '모든' 생명의 보호라고 돼있으며 민법에서도 생명의 시기는 수태한 때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며 "법정신이나 실정법이 태아가 생명임을 인정하고 있는데 태중의 무고한 생명을 죽이는 행위를 국가가 법으로 허용한다는 것은 모순적이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동안 지속해서 제기되었던 모자보건법 14조 개정 법률안이나 임신의 책임이 있는 남성에게도 책임을 묻는 방법 등을 적용해보는 노력을 해보지도 않은 채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 능사는 아니다"며 "오늘의 헌재 판결은 여론이 자연법칙을 이기고 정치가 생명과학을 이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낙태죄 폐지를 주장했던 시민단체들은 여성인권의 중대한 진전을 이뤄낸 판결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유림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은 헌재 앞 정문에서 "이제 여성은 자신의 몸과 판단에 대해서 존중을 받을 수 있게 됐다"며 "그 누구로부터도 응징 받거나 협박 받는 일이 사라지게 될 역사적인 초석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헌법재판소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서 낙태 처벌을 규정한 형법 제 269·270조 등에 대한 위헌소원 사건 선고기일을 열고 헌법재판관 4(헌법불합치) 대 3(단순 위헌) 대 2(합헌) 의견으로 '헌법불합치'를 선고했다. 이날 헌법재판소 밖에서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사회단체 회원들이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2019.04.11 leehs@newspim.com |
참여연대도 논평을 내고 "임신으로 인한 신체적 변화나 고통은 물론 그에 수반되는 경제적 어려움, 학업포기나 경력단절 등 수많은 불이익을 사실상 임부에게만 온전히 전가하는 불합리한 법 조항을 66년만에 헌법적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늦었지만 당연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또 "낙태죄로 임신 중절 수술이 음지에서 이뤄지면서 여성의 생명과 안전은 위협당했고 여성에게만 임신의 부담을 지우는 불합리한 처벌, 부당한 낙인 등의 문제가 반복돼 왔다"며 "헌재의 결정은 한국사회의 양성평등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강화하는 중대한 진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행 낙태죄는 여성의 몸을 규제하는 법이자 임신의 부담을 여성에게만 지워 처벌하는 성차별이 내재돼 있는 법"이라며 "이제 정부와 국회는 태아의 생명권과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건강권, 생명권, 자기운명결정권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대체입법과 법령 정비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헌재의 헌법 불합치 결정에 따라 오는 2020년 12월31일까지 관련 형법을 개정해야 하며 개정되지 않으면 낙태죄 규정은 폐지된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