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최근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승진한 것과 관련해 미국 전문가들은 “대미 협상에서 양보하지 않겠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15일 분석했다.
미국의 대북 전문가들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최 부상의 승진을 통해 북한의 대미 협상단의 입지를 강화하고 이들을 앞세워 대미 협상에서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사진=로이터 뉴스핌] |
앞서 최 부상은 지난 12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무위원회 위원과 외무성 제1부상으로 승진했다.
최 부상은 북한 내 대표적인 ‘미국통’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지난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직후에는 리용호 외무상과 함께 심야 기자회견을 열어 김 위원장의 의중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특히 기자회견 때 최 부상이 한 말에 관심이 쏠린다. 당시 최 부상은 “위원장 동지께서 조미 거래에 대해 의욕을 잃은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이 발언을 김 위원장이 최근 최고인민회의에서 그대로 인용했다. 김 위원장은 12일 최고인민회의에서 “하노이 같은 수뇌회담이 재현되는 것은 반갑지도 않고 할 의욕도 없다”고 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최고 지도자가 부하의 발언을 인용한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최 부상의 북한 내 입지가 강하다는 의미”라고 분석한다.
또 이와 관련해 미국의 대북 전문가들은 “대미 협상에 임하는 김 위원장의 강경한 의지가 반영된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지난 1월 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본부 청사 내 집무실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사진=노동신문] |
미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카네기국제평화제단(CEIP)의 제임스 쇼프 선임연구원은 “최 부상의 승진은 북한이 ‘미북 협상에서 미국과 북한 중 누가 먼저 양보할 것인가’하는 질문이 나온다면 여기서 ‘먼저 양보할 의사가 없다’고 할 것이라는 걸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쇼프 연구원은 이어 “최 부상은 미국 협상단이 상대하기 어려운 북한 협상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며 “그런 인물을 승진시킨 것을 보면 향후 북한이 북핵 협상에서 유연한 태도를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군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국장도 “최 부상의 승진은 향후 북핵 협상에서 북한이 그 동안 고수해 온 입장을 변화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스 국장은 이어 “현재 미북 관계가 교착 상태인데 이를 풀기 위해 북한이 별다른 양보를 하지 않을 것 같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고스 국장은 그러면서 “두 차례 미북 정상회담을 주도해 온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2차 미북정상회담이 결렬됐는데도 국무위원으로 임명된 것도 (미북 회담이 결렬된 것은) 북한이 아니라 미국의 문제라는 김 위원장의 인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