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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ILO 핵심협약 선(先)비준 일축..."국회 동의없인 불가"

기사등록 : 2019-04-1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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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브리핑
양도 노총 선비준 요구에 불가 입장
"대통령 비준권 있지만 입법사항은 국회 동의 필요"
"결사의 자유 협약은 입법사항"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정부가 국회 동의없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은 불가능하다고 재차 못박았다. 앞서 양대 노총이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선(先)비준 절차 추진'을 요구한데 따른 정부의 공식입장이다.

이 때문에 ILO 핵심협약 비준은 국회 공으로 넘어간 상황이다. 유럽연합(EU)이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조항을 근거로 한국의 ILO 핵심협약 비준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야간 관련 논의가 시급한 실정이다. 

김대환 고용노동부 국제협력관(국장)은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국회 동의없는 ILO 핵심협약 비준은 헌법에 위배되기에 국회의 비준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김대환 고용노동부 국제협력관이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핌 DB]

김 국장은 "그동안의 선비준 후(後)입법 주장과 관련해 선비준의 의미는 두 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면서 "조약(협약) 비준권은 대통령에게 있어 국회 비준 동의 없이 대통령 재가로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는 첫 번째 해석과, 국회 비준 동의를 거쳐 ILO 핵심협약을 우선 비준하고, 이후에 관련 법을 개정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에게 조약(협약) 비준권(제73조)이 있으나, 예외적으로 국내법과 상충해 법 개정이 필요한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비준에 대해서는 제60조에 따라 국회가 동의권을 가진다"며 "이 경우 국회 동의는 대통령이 조약을 비준하기 전에 이뤄져야 하기에,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은 대통령 재가만으로 비준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즉, 국내법상에 명시된 조약(협약)에 대한 비준권은 대통령에게 있지만, 법 개정이 필요한 입법 사항에 대해서는 국회 동의가 이뤄져야 대통령 비준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다. 

헌법 제60조에는 '국회는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중요한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 우호통상항해조약,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강화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김 국장은 "그동안 ILO에서 우리나라 노조법 등이 결사의 자유 협약에 위반된다는 권고를 수차례 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제87호 협약 등 결사의 자유 협약은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이므로 대통령이 비준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해당 협약과 상충하는 법 개정 내지 국회의 비준 동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경우 정부가 법 개정에 앞서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수 있으나, 최종적으로 국회 동의가 있어야 비준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부의 비준동의안 제출만으로 조약 비준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ILO공동행동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ILO 핵심협약 우선 비준, 노동법 개악 중단,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04.09 kilroy023@newspim.com

당초 정부는 노사정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노사정이 합의안을 마련하면, 그 안을 갖고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 절차에 착수해 ILO 핵심협약 비준을 완료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경사노위에서 계획했던 날짜까지 노사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이 같은 구상에 차질을 빚고 있다. 

ILO 핵심협약 비준을 논의해 온 경사노위 노사관계 개선위원회 소속 공익위원들은 지난 15일 2차 권고안을 발표하고 "공익위원 일동은 노사 당사자에게 ILO 핵심협약 비준이 가지는 의미와 비준의 긴급성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미래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공익위원안을 기초로 대승적인 차원에서 대타협을 재차 시도할 것"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국회는 공익위원안과 노사정 합의 내용을 반영해 ILO 기본협약 비준과 관련 법 개정을 위한 행정적·입법적 조치에 조속히 착수하기를 권고한다"고 요청했다. 

이에 민주노총은 성명서를 통해 "공익위원들도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정부가 행정적 조치에 조속히 착수하길 권고했다"면서 "정부는 더 이상 경사노위라는 방패 뒤에 숨지 말고, 즉시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비준안을 마련해 국회에 송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국장은 "정부 입장은 결사의 자유 협약 관련 주요쟁점들이 이해관계자들간 이해가 상충되기에 입법이 필요하고 공감대가 필요하다"며 "의제별위원회 회기는 마무리 됐지만 향후 경사노위 상급위원회를 통한 노사정협의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j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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