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북한 당국이 자국의 식량 문제가 심각해 이달 내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이날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인 NK뉴스가 입수한 북한 외무성 문건을 인용해 “북한 당국은 지난해 곡물 생산량이 전년도 대비 10% 줄어드는 등 식량부족 문제가 심각해 이달 내로 긴급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일본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최근 RFA에 전한 내용에 따르면 북한 함경북도 및 양강도 등 농촌지역의 주민들은 지난해 분배받은 식량이 벌써 바닥나 이른바 ‘절량세대’로 전락했다.
이시마루 지로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 대표는 “춘궁기가 시작되기도 전인 4월 초부터 절량세대 농민이 발생한 것은 집단농업을 고집하는 북한 당국의 농업정책과 과다한 할당량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RFA는 “하지만 북한 외무성이 문건을 통해 식량난의 주요한 원인으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꼽았다”고 전했다.
외무성은 문건에서 “대북제재로 인해 농사기구, 화학비료, 농약, 제초제 등의 공급이 제한돼 곡물 수확량이 감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무성은 이어 “4월내에 식량 안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계획이 수립돼야 한다”며 “우선 조기 수확이 가능한 곡물과 기본적인 곡물의 생산량을 늘려야 하고 이와 함께 여타 국가로부터 식량을 수입하기 위한 조치도 긴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삭주 로이터=뉴스핌] 김선미 기자 = 2018년 8월 북한 평안도 삭주군 압록강 인근에서 철조망 너머로 북한 군인들과 주민들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
◆ 中, 최근 밀수 단속 강화…北 기업 손해 극심‧노동자 임금도 체불
RFA는 이날 중국, 북한 내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중국의 밀무역 단속 강화로 인한 어려움도 겪고 있다”는 내용도 전했다.
중국 단둥의 한 무역 소식통은 RFA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최근 밀무역 단속을 강화해 중국업자들이 북한에 발주한 임가공 완성품들의 중국 반입 통로가 막혔다”며 “북-중 양측의 임가공업자들이 갑작스러운 밀수 단속으로 인해 곤경에 처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이어 “이 업자들은 그동안 유엔의 경제제재를 어기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밀수선을 통해 불법 거래를 해 왔는데 이제는 (단속으로 인해) 거래가 막혀 적지 않은 손해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은 가발이나 여성들이 사용하는 속눈썹, 반짝거리는 장식이 달린 의상, 1회용 속옷 등 다양한 품목을 북한에 발주하고 있다.
이와 관련, 신의주의 한 주민 소식통은 “신의주 시내 임가공 공장에서 완성된 제품들이 중국으로 나가지 못해 공장에 쌓여 있는 실정”이라며 “물품을 보관할 장소가 없어 공장들이 애를 먹고 있는데다 물건을 받지 못한 중국업자가 가공비를 지불하지 않아 근로자들이 임금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임가공 회사 책임자들은 노동자들에게 중국 업자로부터 돈이 들어오지 않아 임금을 제 때 주지 못하지만 (완성된) 물건을 가지고 있으니 임금을 떼일 걱정은 하지 말라며 달래고 있다”면서 “하지만 노동자들은 임금을 받지 못해 생계에 지장이 크다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그러면서 “근로자들은 중국당국이 국경 단속을 강화해 물건이 나가지 못하면 더 큰 손해를 보는 쪽은 중국 업자들이라며 중국당국을 비난하고 있다”며 “양쪽 업자들 모두 중국당국의 밀수 단속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미국의소리(VOA)방송에 따르면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해 재정이 위축되자 금융 해킹 등 사이버 공격까지 감행하고 있다.
토냐 우고레츠 미국 연방수사국(FBI) 사이버 담당 부국장보는 “북한은 미국의 사이버 안보를 위협하는 4대 국가 중 하나”라며 “북한은 강력한 대북제재로 인해 재정적 손실이 현실화되자 사이버 공격까지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에이미 헤스 FBI 범죄 사이버 담당 부국장도 “미국은 정부 기관과 기업을 해킹하는 개인들의 신상을 지속적으로 공개하며 대응할 것”이라며 “해커들의 배후에 있는 특정 국가를 확인해 해당 국가에 대한 제재 등 여러 방법을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