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이미 징역을 확정 받은 피고인이 형 확정 전에 저지른 범죄로 추가 기소됐을 때에도 형의 절반까지만 감경이 가능하다는 대법원의 판례가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6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고 18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5년 향정신성의약품을 33회 판매한 혐의로 이듬해 기소돼 징역 4년을 확정 받았다. 하지만 형 확정 이전에 향정신성의약품을 판매하고 판매 미수에 그친 혐의가 적발돼 추가 기소됐다.
현행 형법은 여러 개의 범죄를 저지른 경우, 가장 중한 죄에 일정한 기준을 적용해 가중처벌하도록 돼 있다. 특히 형법 55조에 따라 법정형이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형일 경우 법정형의 절반까지만 가중처벌 할 수 있다.
이 사건은 사후적 경합범(판결이 확정된 죄와 그 판결확정 전에 범한 죄)일 때도 최대 1/2까지만 감경할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됐다. 형법 39조는 “경합범 중 판결을 받지 않은 죄가 있는 때에는 그 죄와 판결이 확정된 죄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 형평을 고려하여 그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한다. 이 경우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형법 55조도 함께 적용되면 형기의 1/2까지만 감경할 수 있는 것이다.
1심은 추가 기소된 사건이 사후적 경합범 관계에 있다고 인정해 형의 1/2을 감경하고, 작량감경(판사가 재량에 따라 감경하는 것)해 A씨에게 최종적으로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A는 기존에 확정 받은 징역 4년에 1년 6월을 더해 총 5년 6월의 형을 살게 됐다.
하지만 항소심은 “사후적 경합범일 때 감경 한도에 제한을 둬서는 안 된다”며 징역 6월을 선고했다. A씨처럼 사후에 추가 기소된 피고인에게도 형법 55조를 적용하게 되면 동시에 기소된 경우와 다른 형이 나와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신일철주금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 판결 등 전원합의체가 열리고 있다. 2018.10.30 kilroy023@newspim.com |
대법은 8대4 의견으로 원심 판결이 잘못됐다고 보았다.
다수(8명)의 대법관은 “사후적 경합범 감경에 관해서도 형법 제55조 제1항 제3호가 적용된다”며 “만일 형의 감경만으로는 형평에 맞는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없다고 보이면 형을 면제하면 족하다”고 판단했다. 1/2까지만 감경 가능하다는 ‘하한선’을 벗어난 형을 선고해야 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재형·안철상·김선수 대법관은 사후적 경합범에도 형법 55조를 적용하면 과잉금지 원칙을 위배하는 결과가 나온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은 “사후적 경합범에 대해 형법 제55조를 적용하면, 두 범죄 하한형의 합계가 새로운 하한으로 되어 피고인에게 뜻하지 않은 불이익이 나타나고, 피고인의 책임에 가장 합당한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되는 등 매우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이기택 대법관 역시 “‘감경’과 ‘면제’가 함께 규정된 경우, 감경 ‘또는’ 면제라는 의미가 아니라 단일한 개념으로 이해돼야 한다”며 “다수의견처럼 이를 ‘감경’과 ‘면제’, 즉 분절적인 의미로 이해하게 되면 적합한 형의 범위를 제대로 정할 수 없게 돼 책임주의에 반하는 결과가 나오게 된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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