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미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 미일 무역협정에 '환율조항'을 도입하자고 공식 요구했다고 26일 지지통신이 보도했다.
환율조항은 금융정책의 투명성과 설명책임을 강화하고, 수출에 유리하도록 환율을 조작하는 걸 방지하는 것이 목적이다. 미국 측은 이 조항을 미일 간 무역협정에 넣으려 하고 있다. 엔화 약세 유도를 막아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반면 일본은 일본은행(BOJ)이 주도하는 금융완화 정책이 엔화 약세 유도로 비판받을 수 있기 때문에 용인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법적구속력이 강한 무역협정에 환율조항이 포함될 경우, 엔화가 강세일 때 일본 정부의 개입이 제약을 받을 수 있다.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좌)과 일본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 [사진=로이터 뉴스핌] |
통신에 따르면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아소 다로(麻生太郎)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2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회담을 가졌다. 26일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진 이번 회담에서, 므누신 장관은 미일 간 무역협정에 환율조항을 넣자고 제안했다.
아소 부총리는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무역과 환율에 대해 "양국의 입장을 확인했다"며 "무역정책과 환율정책을 관련짓는 것에 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 재무성은 회담 후 "양국 경제관계의 중요성을 확인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앞서 므누신 장관은 지난 12일 미일 간 무역협상에 대해 "환율도 우리가 생각하는 의제에 들어가 있다"며 환율조항을 논의에 포함시킬 생각임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해 11월 서명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도 환율조항을 삽입한 바 있다.
일본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은 환율조항을 무역협정에 넣을지 앞으로 협의한다. 하지만 해당 관계자는 "환율 얘기가 무역협정과 병행해서 진행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해, 환율문제가 무역협정에서 협상 카드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선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한편 이날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경제재정담당상도 워싱턴DC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통상대표부(USTR) 대표와 회담을 가졌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모테기 경제재정담당상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환율조항은 이번 회담에서 언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모테기 경제재정담당상과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이달 중순부터 개시된 미일 간 새 무역협상 교섭에서 양측 대표를 맡고 있다.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