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최근 환율 급등세에 외국인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을 노리고 공격적인 베팅에 나설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원화 가치가 달러당 1200원 정도까지 빠르게 올라간다면 모를까, 현재 수준에선 외국인의 움직임이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1161.0원으로 전날 대비 0.5원 올랐다.
앞서 달러/원 환율은 지난 25일 1160.5원(종가 기준)을 기록하며, 2017년 1월 31일(1162.1원) 이후 약 2년 3개월 만에 1160원선을 넘어섰다.
더욱이 상승 속도도 빨랐는데, 지난 19일 마감가 1136.9원에서 일주일 사이 24.1원 뛰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주간 단위 20원 넘게 오른 것은 엄청나게 크게 뛴 것"이라고 전했다.
26일 오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 정일구 기자] |
환율 급등세에도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은 비교적 차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한 이번 주 외국인은 351억원어치 순매도하고, 992억원 순매수했다. 환율이 외국인 움직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모습이다.
윤창보 유니베스트투자자문 대표는 "환율 때문에 영향이 있진 않을 거 같다. 오르내리긴 했지만, 특별히 그게 외국인 돈이 들어오가 나가는 데 영향을 준 건 아니다"며 "최근 조금 빠진 거는 평상시 수준 넘지 않고 있고, 나간 이유도 환율이 아니라 배당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주 들어와서 환율이 가파르게 변하고 있다"면서 "변동성이 커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좀 움츠려들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아직은 관망하는 형국이지만, 앞으로 환율 향방에 따라 외국인 자금 흐름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단기 급등세가 이어질 경우 국내 증시의 가격 매력과 함께 환차익도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형렬 센터장은 "단기 차익 베팅 소지도 없지 않다"면서 "시장 금리도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여지 있다"고 판단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위원은 "지금보다 더 올라가면 외국인이 사고 싶어지는 레벨이 될 수 있다"며 "그러면 환율이 하락하면서 차츰 안정되고, 그렇게 되면 외국인은 환차익도 볼 수 있다"고 했다.
관건은 환율이 어느 수준에서, 어떤 속도로 움직이느냐다.
조병현 연구위원은 "환만 갖고 보기엔 레벨이 애매한데, 경험적으로 보면 1160~1190원 정도가 외국인이 팔기 좋은 수준이긴 하다"며 "지금 가파르게 왔는데, 단기에 가파르게 가버리면 오히려 매수를 한다. 이 레벨에 계속 머물러 있거나, 가더라도 느리게 가면 환 베팅 결정이 어려울텐데, 한 쪽으로 튀어 버리면 그 타이밍이 빨리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빠른 속도로 1200원 정도까지 올라가는 상황을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현재로선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윤창보 대표는 "지금 수준 갖고는 (외국인이) 웬만해선 움직일 것 같진 않다"며 "환율이 오르내리긴 했지만, 특별히 그게 외국인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데 영향을 준 건 아니다. 1200원 가거나 하면 모르겠지만, 그 정도에 가면 아무래도 (베팅) 고려는 해볼 수 있겠지"라고 했다.
공동락 연구위원은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글로벌 펀더멘탈 환경이 미국은 작년보단 안 좋지만 대체로 양호한 상태고, 유럽을 비롯해 미국 외 국가가 안 좋고, 우리나라도 어제 성장률 봤듯이 안 좋다. 환율 방향성에선 위가 좀 더 열려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 레벨에서 꾸준히 상승할 거라 보는데, 지금처럼 20원씩 뛰는 장은 아닐 것"이라고 하면서 "이 레벨을 수습하고 왔다갔다 하는 과정들이 될 것 같고, 확 뛰진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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