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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톡] 영화 아닌 현실이다, '걸캅스'

기사등록 : 2019-05-07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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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전직 전설의 형사지만 민원실 퇴출 0순위인 미영(라미란)과 민원실로 밀려난 현직 꼴통 형사 지혜(이성경)는 눈만 마주쳐도 으르렁대는 시누이올케 사이다.

민원실에서 '거칠게' 호흡을 맞춰가던 두 사람은 신고접수를 위해 왔다가 차도에 뛰어든 한 여성을 목격한다. 그리고 곧 그가 디지털 성범죄 사건의 피해자임을 알게 된다. 하지만 강력반, 사이버범죄수사대, 여성청소년계 모두 복잡한 절차와 인력 부족을 이유로 사건을 외면한다. 결국 미영과 지혜는 직접 비공식 수사에 나서기로 결심한다.

영화 '걸캅스'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 ‘걸캅스’의 가장 큰 힘이자 장점은 시의성이다. 마약, 몰래카메라 등 영화의 핵심 사건은 최근 세간을 들썩인 ‘버닝썬’ 사건, ‘정준영 단톡방’ 사건과 닮았다. 의도한 건 아니다. 오히려 이 일이 터지기도 전인 지난해 촬영까지 마쳤다. 메가폰을 잡은 정다원 감독은 3년 전부터 이 작품을 기획했다. “그만큼 이런 범죄가 만연해 있고 범인을 잡기가 힘들다. 범인을 검거해도 미약한 처벌을 받아왔다”는 게 정 감독의 설명이다. 

영화는 돌아가지 않는다. 비판을 목적으로 한만큼 노골적이고 직설적이다. “대한민국에서 이제 이런 수사도 하네”라는 비아냥으로 성범죄 사건을 외면해 온 경찰을 꼬집는다. “자기들도 좋아서 찍은 거”라는 대사는 성범죄를 바라보는 우리의 저급한 인식을 지적한다. 풀어가는 방식은 무겁지 않고 밝고 경쾌(물론 이게 ‘웃기다’와 정확히 일맥상통하지는 않지만)하다. 

‘걸캅스’는 개봉 전부터 이리저리 골머리를 앓은 작품이기도 하다. 시나리오가 유출됐고 남녀 갈등을 조장하는 ‘남혐(남성 혐오) 영화’란 프레임도 썼다. 그러나 이런 부류의 영화에 대단한 스토리 라인을 기대하는 거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형사 버디물의 재미는 악을 무찌르는 통쾌함과 카타르시스에 있다. 애당초 놀라운 반전에 기대는 장르가 아니다.

‘남혐’ 논란은 일만 하다. 다만 지금까지 영화들이 여성 캐릭터를 그렇게 했듯 남성 캐릭터를 똑같이 소비했을 뿐이다. 이 불편함은 되레 그간 한국영화가 얼마나 남성 중심적으로 흘러갔는지 일깨워준다. 문제는 정말 캐릭터의 성별, 비중만 바뀌었다는 데 있다. 시선이나 깊이는 달라지지 않았다. 일례로 정 감독은 ‘걸크러시’ 캐릭터를 단순히 입이 거칠고 행동이 과격한 여자쯤으로 묘사한다. 

영화 '걸캅스'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라미란은 ‘걸캅스’ 그 자체다. 데뷔 14년 만에 선보이는 첫 주연작이니 모든 걸 쏟아부었다. 드라마, 액션, 코믹까지 완벽하다. 이성경은 나쁘지 않아서 나쁘다. 거슬리지 않지만, 눈에 띄지도 않는다. 제 몫 이상을 해내는 건 장미 역의 최수영(소녀시대 수영)이다. 초반부 코미디를 잡고 가며 시선을 압도한다. 하정우, 안재홍, 그리고 성동일로 이어지는 카메오 출연은 과하다. 오는 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jjy333jjy@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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