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민수 장봄이 기자 = 신한금융지주가 신한금융투자에 대한 6600억원의 출자를 최종 의결하면서 신한금융투자의 초대형IB 도약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지난 2017년 11월 ‘한국형’ 초대형IB가 출범한 이래 1년 6개월 만에 새로운 사업자가 나타나게 된 만큼 향후 미칠 파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 여의도 신한금융투자 사옥 전경. [사진 = 신한금융투자] |
신한금융지주는 10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 위치한 본사에서 정기 이사회를 열고, 2019년 1분기 결산실적 보고와 함께 신한금융투자에 대한 출자 승인을 결의했다. 출자 규모는 6600억원이며, 신한금융지주가 자체 보유한 유보자금과 신종자본증권 추가 발행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신한금융투자는 추가 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4조원을 확보하게 됐다. 2018년말 기준 신한금융투자의 자기자본은 3조3600억원이다. 자기자본 4조원이 넘는 증권사는 금융당국에 초대형IB 사업자 인가를 신청할 수 있다.
만약 신한금융투자가 초대형IB로 등록하게 되면 2017년 11월 이후 첫 추가 사업자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현재 초대형IB 사업자는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등 5곳이다.
일단 업계에선 신한금융투자의 초대형IB 추진이 사실상 예견된 시나리오였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국내 금융권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진 것과 달리 증권계열사인 신한금융투자는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던 만큼 초대형IB를 통해 다시 한 번 도약을 시도하려는 유인이 충분했다는 설명이다.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2017년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인가로 충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초대형IB 도입 후 상위권과의 격차가 눈에 띄게 커졌다”며 “초대형IB로 발돋움함으로써 수익모델의 다양화는 물론 적극적인 레버리지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고 진단했다.
기존 초대형IB와의 경쟁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지주 출자에 대한 신한금융투자 유상증자가 예정대로 하반기 중 마무리되더라도 신한금융투자의 자기자본 순위는 기존 6위권을 유지하게 된다. 하지만 나란히 4조원대 중반의 자기자본으로 3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삼성증권(4조6000억원), KB증권(4조4500억원), 한국투자증권(4조3500억원)과의 격차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여의도 증권가 / 이형석 기자 leehs@ |
전문가들은 최근 발행어음 추가 인가와 더불어 새로운 사업자 등장이 침체된 국내 자본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풍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국내외 다양한 상품 개발은 물론 성장 가능성이 높은 벤처·혁신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자본시장 본연의 역할이 더욱 더욱 강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 대형 증권사 임원은 “전체 수익 가운데 IB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초대형IB 간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며 “새로운 수익 모델을 위한 사업 다각화 및 해외 사업 확대가 불가피한 만큼 중장기적으로 국내 증권사들의 체질을 강하게 만드는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일각에선 신한금융투자의 초대형IB 도약이 비슷한 규모의 증권사들의 증자 욕구를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두 차례 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3조원을 넘어선 하나금융투자나 사상 최대 실적으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메리츠종금증권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다만 현재까진 양사 모두 현재까지 초대형IB 인가 추진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나금융투자의 경우 올해 종합금융투자사 인가에 집중할 계획이다. 하나금융투자 측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가를 목표로 잡고 있지만 당장은 계획이 없다”며 “작년에만 1조원 이상 증자한 만큼 속도를 낼 사안을 아니라는 게 회사 입장”이라고 전했다.
메리츠종금증권 역시 당분간 실적 개선을 통한 자본 확충에 신경을 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아직 종금 라이선스도 1년 가까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며 “당장 증자를 고려한 상황이 아닌 만큼 실적 개선이 집중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mkim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