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삼성전자 임원 2명이 구속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바 수사와 관련해 삼성전자 임원이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월 말에는 삼바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임직원 2명도 증거인멸 등 혐의로 구속돼 수사망이 이재용 부회장 턱밑까지 좁혀졌다는 게 법조계 관측이다.
13일 검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1일 새벽 삼성전자 보안선진화 TF 소속 서 모 상무와 사업지원 TF 소속 백 모 상무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송 판사는 “범죄혐의 소명되고, 피의자 및 관련자들의 수사에 대한 대응방식 및 경위에 비추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된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에 따르면 이들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수사가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해 여름 삼성바이오와 에피스의 회계자료와 내부 보고서 등을 조직적으로 은폐·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삼성바이오와 에피스 직원 수십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와 노트북등에서 ‘JY(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뜻하는 이니셜)’, ‘미전실’, ‘합병’ 등 단어를 검색해 관련 문건을 삭제하도록 지시했다.
검찰 수사 반년 만에 삼성 임직원이 최근 잇달아 구속된 만큼, 검찰의 수사 칼날이 이재용 부회장으로 향할 것이란 법조계 분석에 무게추가 빠르게 이동하는 모습이다. 당초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서 구속영장 발부가 쉽지 않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었으나, 구속영장이 전격 발부된 것이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삼성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이에 따라 경영권 승계 의혹을 받아온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삼바 분식회계 의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맞닿아 있다”며 “증거인멸 혐의로 영장 발부된 것은 이례적이지만, 검찰이 범죄 혐의의 확실한 증거를 확보했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삼성바이오 소액주주 355명이 삼성바이오를 상대로 120억원대 손해배상소송에 착수해 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조미옥 부장판사)에 사건이 배당된 상태다.
삼성전자 임원 구속 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논평을 통해 “삼바 내부 문건을 통해 미래전략실(미전실)과 삼바 등이 분식회계를 공모했음이 드러난 상황에서 분식회계 관련 증거 인멸도 미전실 후신인 삼성전자 TF가 진두지휘한 정황은 분식회계가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를 위해 그룹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지난 7일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 공장을 압수수색해 공장 바닥에서 숨겨진 컴퓨터 서버와 노트북 등 수십대를 확보하며 수사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검찰은 이미 계열사 중 한 곳인 삼성SDS 직원들이 삼성바이오와 에피스 직원들의 휴대전화와 노트북에서 회계 관련 문서 등을 찾아 삭제한 정황을 확보한 상태다. 검찰이 ‘조직적 범죄’로 규정짓는 이유와 동시에 추가 수사가 예고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검찰 측 관계자는 “증거인멸 혐의를 받고 있는데 현장을 찾았으니 범죄혐의 소명에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다른 삼성 계열사도) “잘 조사해 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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