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올해 우리 원화가 약세입니다. 급격한 쇼크가 아님에도 정정불안,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터키, 아르헨티나에 이어 전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이 떨어졌습니다. 지난 외환위기때 1달러에 2000원까지 경험한 우리로선 더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우리 수출의 버팀목이던 반도체마저 파열음을 내며 한국 경제를 불안하게 합니다. 이에 그간 나왔던 천편일률적인 환율 전망을 넘어 국내와 해외 최고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환율 변동성의 핵심 변수인 미중 무역분쟁에 대한 보다 참신한 뷰와 함께 달러와 원화, 위안화에 대한 장기전망, 정부당국의 외환 스탠스, 글로벌 IB들의 시각 등을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보기로 했습니다.
<목차>
<상> 트럼프, 무역협상 '결렬' 원한다...원화약세 장기화
<중> 외환개입 못한다고? 한은 "달러매도는 부담 없다"
<하> 외국계IB "최상 시나리오 없어...결렬시 1500원도"
[서울=뉴스핌] 백진규 김지완 기자 = 외국계 IB들은 미중 무역협상이 어떤 결과를 갖더라도 한국으로선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봤다. 협상 결렬시 달러/원 환율은 150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견해도 나왔다.
지난 17일 달러/원 환율은 1195.7원으로 장을 마쳤다. 지난 3월 말부터 약 2달반 동안 환율이 5.3%이상 오른(원화약세) 것이다.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하면서 신흥국 통화들이 동반 약세를 보이긴 했으나, 같은 기간 위안화, 호주달러, 인도네시아 루피에 비해서도 약세폭은 컸다.
우리나라는 무역 의존도가 높아 미중 무역분쟁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국가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원화가 역외 위안화 헤지 통화로 활용되면서, 위안화 환율 추이에 따라 원화 변동폭은 더욱 커졌다고 지적한다.
3월말~5월17일 기준 달러/원 환율 추이 [자료=코스콤CHECK] |
◆ 무역분쟁 최상의 시나리오는? "처음부터 신기루였다"
가장 큰 문제는 무역분쟁이 어떤 식으로 가더라도 환율 변동성 확대 국면은 이어질 것이란 전언이다.
글로벌 IB중 그나마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한 기관은 골드만삭스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0일 무역분쟁 리포트에서 "무역협상이 6월 말까지 타결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고 내다봤다. 협상 타결 전망에도 불구하고 자크 판들(Zach Pandl)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3개월간 달러/위안 환율이 6.95위안까지 높아질 것이며, 달러/원 환율도 1190원대를 유지하다가 연말쯤에나 1170원으로 내려갈 것"으로 봤다.
오석태 SG증권 전무는 현 상황에서 미중관계가 무역분쟁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봤다.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일정 수준의 관세부과는 피할 수 없고, 현재 1190원대까지 환율이 오른 상황에서도 상승 압력이 계속될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원화가치의 급격한 하락 이유에 대해선 "지난해 하반기부터 터키 리라화 폭락 및 반도체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달러/원 환율은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였다"며 "하지만 올해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되고 위안화가 절하되면서 그동안 반영 안됐던 악재들이 한꺼번에 반영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마사나리 타카다(Masanari Takada)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달러/위안 약세 목표가를 7.0위안으로 잡으며 원화 역시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7위안은 중국이 '바오치(保七, 7위안대 밑으로 환율을 유지하는 것)'라 부르는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이 위로 환율이 올라갈 경우 중국의 외자 이탈이 가속화 될 수 있다고 지적하는 레벨이다. 이어 그는 "2018년 12월 이후 주요 신흥국 통화가 처음으로 순매도 포지션으로 돌아섰다"며 신흥국 통화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봤다.
◆ 최악의 경우? "환율에 천장 없다...1500원도 가능"
한 유렵계 은행은 무역협상이 타결되더라도 한국은 피해를 볼 것이며, 다만 연말까진 오버슈팅이 가라앉으면서 1170원 정도로 레벨이 낮아질 것으로 관측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은행 임원은 "미국은 중국에 농수산물과 원자재 수입 확대를 요구할 것이고, 한국 호주 등 중국의 수입대상국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협상이 결렬되면 글로벌 경기 둔화가 가속화하고 원화를 비롯한 신흥국 통화 약세도 지속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환율 상승이 일단 수출기업들에는 유리하게 작용하는 만큼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강 지배인은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 러시아 멕시코 등지에서 생산하는 경우, 현지통화로 매출이 잡히기 때문에 피해를 보는 면도 있다"며 "원화만 약세라면 모르지만, 지금은 신흥국 통화가 전반적으로 약세"라고 반박했다.
닉 버디(Nick Verdi) SC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리포트를 통해 미중 무역긴장감이 지속되는 이상 신흥국 통화약세 압력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스위스 프랑과 같은 안전통화를 사라고 추천한다.
박종훈 SC제일은행 전무는 "연말까지 달러/원 환율이 1160~1170원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기존 하우스뷰를 바꾸지는 않았다. 다만 앞으로는 뷰가 바뀔 수도 있다"고 전제한 뒤 "우리나라는 무역분쟁 영향을 크게 받는데다 반도체 부진 우려도 있어 상황을 낙관할 수 없다"고 전했다.
창웨이량(Chang Wei Liang) 미즈호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인들의 원화채권 환헤지 수요 증가로 '원화매도-달러매수'가 계속되고 있어, 당분간 원화 강세로 돌아서긴 어렵다고 봤다.
중국 대형은행 한 관계자는 협상 결렬시 환율이 1500원까지 폭등할 수도 있다고 봤다. 이 관계자는 "연말쯤에나 무역협상이 타결될 것이며, 단기적으로 1200원 위로 환율이 오를 것 같다"며 "무역협상이 결렬되면 당국 개입도 아무런 소용없다. 이 경우 1500원까지도 갈 수 있다"고 답했다.
bjgchi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