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이제 애도는 저마다 가슴으로 안고 가야 한다. 우리는 슬픔을 넘어 희망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겠나.”
자칭 ‘노무현 바보들’이 고(故) 노무현 대통령에게 이제 작별을 고한다. 노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사흘 앞둔 20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선 노 전 대통령을 놓아줄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올해 추도식 주제는 ‘새로운 노무현’. 이제 더 이상 슬퍼하지 않고 시민 개개인이 곧 새로운 노무현으로서 그의 꿈을 이어가자는 의지가 담겨 있다.
한유진 노무현재단 대통령기념사업본부장은 이날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지난 10년간의 애도와 추모를 넘어 이제 ‘새로운 노무현’을 만나야 한다”고 했다.
새로운 노무현이란 곧 ‘깨어있는 시민’이다.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다’는 노 전 대통령의 지론이다. 살아 생전 깨어있는 시민의식을 강조한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해 노무현재단은 이제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사람 사는 세상’의 꿈을 이어가겠다는 다짐을 한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노무현재단 홈페이지] |
한 본부장은 “이제 노 전 대통령이 추구했던 사람 사는 세상으로 가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지난 9년간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많은 시민들이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큰 사건사고가 많았고 시민들은 분노했다. 그러나 촛불혁명을 거쳐 촛불정부가 들어섰으니 이제 노 전 대통령이 바랐던 세상에 대한 희망을 가져봄 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기억과 슬픔은 저마다 가져가자”고 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이제 슬픔을 이겨내자고 촉구했다. 그는 지난 19일 부산에서 열린 한 행사장에서 “언제까지 우리가 노 전 대통령을 떠올릴 때마다 눈물이 나고 마음을 다듬어야 하나. 그도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통령은 가고 없지만 대통령의 꿈을 우리가 계속 가져가자고 밝은 얼굴로 말하자”고 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금까지 5월의 현대사는 슬프고 잔인했는데 이제부터 5월은 우리가 ‘새로운 노무현’을 찾아 나가는 전진의 해가 발휘되길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다 함께 문재인 대통령과 노무현 정신을 살려 깨어있는 시민으로서 이 역사를 견인해나갈 것을 약속하자”고 했다.
공식 추도식은 23일 비교적 밝은 분위기 속에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한 본부장은 “유쾌한 행사로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11일 대전을 시작으로 광주, 서울,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이어지고 있는 추모행사도 문화공연 형식의 ‘시민문화제’란 이름으로 열렸다.
한 본부장은 “예전엔 추모곡 위주의 행사를 치렀다면 이번에는 시민들이 함께 즐길 축제 분위기 곡들을 많이 준비했다. 전국 시민문화제에서도 시민들이 즐겁게 따라부를 수 있는 노래를 불렀다”고 설명했다. 공식 추도식에서는 가수 정태춘·박은옥,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무대를 꾸민다.
2003년 미국 국제무역센터를 둘러보는 고(故)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한편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발걸음도 봉하마을로 향한다. 부시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동갑내기 카운터파트였던 노 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직접 그려서 가지고 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2003년부터 5년 간 재임시절을 함께 한 인연이 있다. 공화당 출신 부시 대통령과 노 대통령 간 정치 철학에 차이는 있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한국군 이라크 파병 문제 등을 둘러싼 갈등도 있었으나 대통령 임기를 함께 보낸 두 사람 간 인연은 각별하다.
한 본부장은 “(부시 전 대통령이) 한미 FTA, 이라크 파병 문제로 노 전 대통령과 갈등을 겪기도 했으나 노 전 대통령의 임기를 5년 간 함께 했다. 그가 노 전 대통령 초상화도 그렸다”고 전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문희상 국회의장과 이낙연 국무총리에 앞서 고인의 업적을 기리는 추도사를 낭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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