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국내 세번째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사업을 추진하던 KB증권과 미래에셋대우의 희비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KB증권이 금융당국 인가 직후 관련 상품 출시에 속도를 내는 반면 미래에셋대우는 일감 몰아주기 관련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연내 인가 신청 등 당초 계획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서울 여의도 KB증권 사옥(사진 왼쪽)과 서울 을지로 미래에셋대우 사옥 전경 [사진 = KB증권, 미래에셋대우] |
초대형 IB 지정 직후 발행어음 인가를 신청했던 KB증권은 통합 전신인 현대증권의 금융당국 제재로 인해 신규사업 인가가 보류돼 지난해 1월 자진 철회한 바 있다. 이후 직원 횡령사건으로 재신청이 다소 지연됐지만 12월 금융위에 인가를 재신청했고, 두 차례 증권선물위원회를 거쳐 신규 사업자로 최종 선정됐다.앞서 지난 15일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통해 KB증권의 단기금융업 인가를 최종 심의·의결했다. 이로써 KB증권은 지난 2017년 11월 초대형 투자은행(IB)로 지정된지 1년 6개월 만에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에 이어 세번째로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됐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금융당국 인가에 대비해 관련 테스크포스(TF)를 1년 넘게 운영해온 만큼 최대한 빨리 신규 상품을 출시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KB증권은 지난해부터 전산 시스템과 상품 구성, 판매전략 등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해왔다. 특히 발행어음 상품을 IB사업은 물론 자산관리(WM) 고객기반 확대를 위한 전략상품으로 육성해 시장지배력를 제고하는 촉매제로 삼을 계획이다.
KB증권 관계자는 “발행 규모나 금리는 시장 분위기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기존 사업자들이 꾸준히 사업을 이어왔던 만큼 경쟁사 상품이나 금리 수준도 충분히 살펴볼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와 달리 2017년 이후 단기금융업 진출을 꾸준히 노리던 미래에셋대우는 연내 인가에 빨간불이 켜졌다. 계열사 부당지원 및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최종 결과가 해를 넘길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대우는 2017년 초대형 IB 선정과 동시에 발행어음 사업자 인가를 추진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미래에셋대우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 진행을 이유로 인가심사를 무기한 보류하면서 계획에 차질이 발생했고, 1년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한발짝도 나가지 못한 상태다.
더 큰 문제는 공정위 조사 일정을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회사 측은 연내 공정위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재인가를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현재로선 공정위 결과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다. 이는 ‘초대형 IB 지정-발행어음 인가-종합투자계좌(IMA) 및 부동산담보 신탁사업 개시’를 통해 한국 최고의 투자은행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구상이 차질을 빚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설상가상으로 신한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인 신한금융투자가 초대형 IB 도약과 함께 단기금융업 추진 계획을 밝힌 것도 부담이다.
지난 10일 신한금융지주는 신한금융투자에 대한 6600억원의 출자를 최종 의결했다. 이에 따라 신한금융투자는 자기자본 4조원을 확보해 금융당국에 초대형 IB 사업자 지정을 신청하는 한편 단기금융 인가도 함께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두 회사가 동시에 인가받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상황에 따라 자기자본 1위 증권사의 순번이 다섯번째까지 밀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5개 초대형 IB가 지정된지 2년이 가까워졌음에도 발행어음 사업자는 여전히 절반에 불과하다”며 “여려 이유가 있겠지만 자기자본 규모 1위 증권사가 초대형 IB 지정 후 2년 넘게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하지 못하는 것은 회사 뿐 아니라 모험자본 육성이 절실한 국내 자본시장에도 바람직하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mkim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