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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국회 공전에 발 묶인 택시·카풀 합의안…불똥 틘 '타다'

기사등록 : 2019-05-22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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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카풀 합의안 이행 ‘제자리걸음’
진전 없이 70대 택시기사 또 분신사망
업계 “사회적 대타협 기구 약속하더니"
"방아쇠 당겨졌으니 다시 싸울 수 밖에"

[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일단락된 듯 했던 택시업계와 차량공유서비스 간 갈등이 다시 격화하는 양상이다. 택시업계가 카카오카풀에 이어 렌터카 기반 승합차공유서비스 ‘타다’의 퇴출을 요구하며 오는 6월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가운데 국회는 팔짱만 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차량공유서비스에 반대해 분신한 택시기사 사망 사건이 또 다시 발생했다. 두 업계 간 갈등이 시작된 후 발생한 네 번째 분신 사건이다. 지난 15일 분신한 70대 택시기사 안씨의 차량에는 ‘불법 택시영업 자행하는 쏘카와 타다는 물러가라’, ‘공유경제로 꼼수 쓰는 불법 타다 OUT’ 등의 문구가 붙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인턴기자 =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주최로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카풀(승차공유)합의 거부, '타다' 추방 결의대회'가 열렸다. alwaysame@newspim.com

택시 업계와 승차공유서비스 간 갈등을 풀기 위해 당정과 택시·카카오모빌리티가 한 데 모인 사회적 대타협 기구가 올 초 출범했다.

사회적대타협기구는 긴 진통 끝에 지난 3월 합의안을 극적으로 도출했다. 당시 합의문에는▲제한적 카풀 허용 ▲규제혁신형 플랫폼택시 상반기 출시 ▲초고령 운전자의 개인택시 감차 ▲법인택시 기사 월급제 시행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이후 두 달 간 합의안 이행은 이뤄지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 위원회가 “3월 내 처리하겠다”고 약속한 관련 법안은 여전히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소위가 지난 3월 한차례 열렸으나 택시월급제 도입을 두고 여·야 의견이 엇갈리면서 논의는 흐지부지 끝났다. 여·야 간 극한 대치로 국회가 공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법안 처리는 5월 임시국회에서도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택시·카풀 실무 논의기구 출범 또한 제자리걸음이다. 사회적 대타협 기구는 합의문 발표 당시 당정청과 택시·카풀업계가 참여하는 실무 논의기구를 즉각 꾸리겠다고 밝혔다. 

구수영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합의문 발표 후 이 문제를 한 번도 제대로 논의한 적이 없다. 관련 법안이 처리된 이후 논의기구를 구성하기로 했는데 국회가 공전 중이니 진척이 없다”고 토로했다.

택시·카풀 TF 위원이었던 여권의 한 관계자는 “대타협 기구는 합의안 발표 후 해산됐다. 빨리 국회가 열려 관련 법 개정안이 처리되는 것이 다음 단계”라며 “더 이상 우리(민주당 TF)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 위원장과 택시·카풀 업계 대표자들이 지난 7일 사회적 대타협기구 합의안을 발표했다. yooksa@newspim.com

국회가 손을 놓은 사이 택시 업계는 다시 거리로 나섰다. 이번엔 타다의 불법성을 문제 삼았다. 여기에 택시기사 안씨의 분신 사건은 기름을 부었다. 타다 영업문제도 택시·카풀 실무 논의기구에서 다뤄질 예정이었지만 실무기구 출범이 기약 없이 미뤄지면서 화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구 위원장은 “타다를 포함한 모든 택시 유사 영업행위를 실무 논의기구에서 논의하기로 했으나 국회 공전으로 인해 늦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서 타다의 퇴출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날로 여덟번째 집회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성명을 내고 여당에 “법의 허점을 이용하고 소상공인들만 노리는 약탈 앱에 대한 규제장치를 법으로 만들어달라”고 촉구했다. 

이선주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대의원은 “타다는 현행법을 악용하고 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 제18조에 따르면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 승합차를 임차할 경우 운전자 알선이 가능하다. 관광 활성화를 위해 일회성 렌트를 허용하는 법 취지를 악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택시 기사가 벌써 4명이나 죽었다. 희망이 사라졌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허탈해했다.  

택시업계 반발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구 위원장은 “6월 대규모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가 공전하는 바람에 법안 심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으니 자유한국당을 비롯해 정치권 전체를 타깃으로 한 집회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구 위원장은 그러면서 “대화로 풀어보려고 했지만 정치권이 저런 꼴”이라고 강하게 비난하며 “사람이 죽었다. 방아쇠가 당겨졌으니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chojw@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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