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 보고 시각·횟수 등을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80)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박 전 대통령이 국민 눈높이에 맞춰 함께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비판이 덜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내비치면서도 혐의는 거듭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권희 부장판사)는 23일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과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에 대한 13차 공판을 열었다.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박근혜 정부 당시 불법으로 보수단체를 지원한 '화이트리스트' 작성 의혹 관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2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8.06.20 deepblue@newspim.com |
이날 김 전 실장은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로 기소됐는데 국회 서면질의 답변서가 공문서인지, 의견을 작성한 것인데 무엇이 허위인지 의문”이라며 “이는 정당한 검찰권 행사가 아니다”라고 검찰 기소에 유감을 표했다.
지난 2014년 세월호 국조특위 당시 청와대가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서에는 ‘비서실에서 20~30분 단위로 간단없이 유·무선 보고해 대통령이 대면보고 이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는 문구가 기재돼 있다. 검찰은 비서실의 계속된 보고가 없었고, 실제로 세월호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이 사고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김 전 실장은 “답변서는 제가 아닌 행정관이 작성한 것”이라며 “유선 보고는 없었지만 여러 자료들을 종합해 작성하는 과정에서 들어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이 있는 제1부속실에 보고하면 대통령에게 바로 보고된다고 생각하는게 관행이었다”며 “잘 보고했을 거라 생각해 대통령에게 실제로 전달됐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고 했다.
당시 청와대와 대통령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박 전 대통령이 국민 눈높이에 맞춰 함께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비판이 덜했을텐데 하는 아쉬운 점이 있다”면서도 “그날 박 전 대통령이 국가안보실장이나 해경청장을 통해 지시하는 등 할 일은 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앞서 김 전 실장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 받았으나 상고심 구속기간 만료로 지난해 8월 석방됐다. 하지만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보수단체 지원금을 강요한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져 징역 1년6월 선고 받고 61일 만에 다시 수감됐다. 현재 두 사건은 모두 대법원 심리 중이다. 김 전 실장은 돌연사 위험 등 건강상 이유로 구속집행 정지 신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재판 말미에 “피고인으로서는 이 두 사건을 재판을 병합해 심리 받았다면 이 병든 노인에게 징역 5년6월이 선고 됐겠느냐”며 “아쉬움이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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