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권민지 기자 = 달러/원 환율이 3년 만에 1200원에 가까워졌지만 정유사들이 느긋하다. 원유를 수입하는 정유사에게 환율 상승은 수익에 악영향을 주는 요소였다. 하지만 석유제품의 수출이 늘어 환율이 오르더라도 제품값에 반영할 수 있어 영향이 이전보다 축소됐다.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3.9원 내린 1184.5원에 마감했다. 달러/원은 지난 17일 1195원까지 뛰어올라 2016년 말 이후 처음으로 1200원에 다가섰다.
정유4사 CI. [사진=각사] |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 정유 4사의 석유제품 수출 물량은 1억 1964만 배럴로 역대 최대였다.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0.9% 감소했으나 통상 1분기가 석유제품 수요의 비수기로 꼽힌다는 점에서 수출 물량이 증가한 게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국내 정유 4사의 석유제품 수출 비중은 50~70%다 정도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는 전체 석유제품의 70% 가량을, 현대오일뱅크는 60% 가량을 수출한다. S-OIL도 지난 1분기 석유제품의 절반가량을 해외에 판매했다.
이 때문에 달러/원 환율 상승으로 인해 원유 수입 가격이 높아지더라도 석유제품 수출 가격을 인상을 통해 상쇄가 가능하다.
오히려 정유업계는 더디게 회복 중인 정제마진이 2분기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2018년 주간 정제마진 평균은 배럴당 5.9달러였다. 반면 현재까지 올해 주간 정제마진 평균은 배럴당 3.4달러로 지난해의 60% 정도다. 올해 1월 넷째 주 배럴당 1.7달러로 최저점을 기록한 후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회복세가 더디다.
정제마진은 각 정유사의 원유 도입 가격, 설비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통상 3~4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설정한다. 배럴당 3.4달러의 정제마진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면 석유제품 수출 단가와 원유 수입 가격이 모두 상승하기 때문에 환율로 인한 손실이나 이익은 대부분 상쇄된다"며 "업황 부진으로 인해 정제마진 회복 속도가 더딘 것이 2분기 실적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상범 대학석유협회 팀장은 "지난해 2분기 정유사 실적이 좋았다"며 "기저효과가 발생해 올해 2분기 실적의 낙폭이 더욱 크게 느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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