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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北, 볼턴 비난하다 탄도미사일 '셀프 인증' 논란

기사등록 : 2019-05-28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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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무엇이든 발사하면 탄도 그으며 날아가"
전문가 "애들 가르치듯 비난하다 팩트 흘린 듯"

[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북한이 최근 두 차례 발사한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을 ‘탄도미사일’이라고 셀프 인증하는 듯한 발언을 내놔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잇따라 ‘단거리 미사일’로 규정, 남북·북미 간 대화 유지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정작 북한은 버젓이 탄도미사일을 공언함으로써 향후 대북 협상에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27일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와의 문답을 통해 “무엇이든 발사하면 탄도를 그으며 날아가기 마련”이라며 “사거리를 논하는 것도 아니라 탄도기술을 이용하는 발사 그 자체를 금지하라는 것은 결국 우리더러 자위권을 포기하라는 소리나 같다”고 주장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발언 이후 외교가에선 지난 4일과 9일 북한이 발사한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이 탄도미사일임을 시인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지난 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인민군 전연 및 서부전선방어부대 화력타격훈련을 실시했다.[사진=노동신문]

특히 청와대와 국방부는 20여일이 넘도록 북한의 발사체에 대해 단거리 미사일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구체적 종류와 제원에 대해서도 “한미 군 당국이 분석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북한의 발사체에 대한 완곡한 표현은 트럼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지난 9일 미 국방부가 이미 탄도미사일로 평가했음에도 ‘문제될 게 없다’는 발언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하지만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25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최근 미사일 시험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어긴 것이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유엔은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하고 있다”고 밝혀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볼턴 보좌관의 ‘탄도미사일’ 발언이 나온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북한이 작은 무기들을 발사했다”며 “이 것이 많은 사람들을 거스르게 했지만 나는 아니다”라고 밝혀 서둘러 논쟁의 여지를 차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기자회견에서도 북한의 단거리미사일과 관련, “신경 쓰지 않는다”며 “현 시점에서 장거리 탄도미사일은 발사되지 않고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그러면서 “미국 행정부 관계자들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다르게 본다”며 유엔 안보리 위반 여부를 따질 사안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대북 전문가들은 한미 간 일련의 ‘로우키 대응’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진단했다.

탄도미사일로 규정될 경우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하게 된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진행된 대북 비핵화 협상이 고스란히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 가뜩이나 남북, 북미 간 교착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응이 불가피해질 경우 북한 비핵화를 위한 지난 1년간의 연쇄적인 남북, 북미정상회담의 노력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27일 미일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지난 2년 간 북한의 핵실험이 한 번도 없었음을 강조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발언을 두고 전문가들은 ‘의도되지 않은 사실 확인’과 ‘전략적인 외교술’에 주목했다.

임재천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미사일에 대해서 잘 모르는 애들한테 가르쳐주듯이 비난하다가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며 “발사체가 탄도미사일이라는 걸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팩트를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석훈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그간 전략적 모호성을 띤 발언을 계속해서 내놨다”며 “국내 정치적인 문제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모호하게 얘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의 주장이 담긴 기사를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28일자)에는 싣지 않았다. 통상 노동신문은 관영이자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서 전날 보도한 내용 중 일부를 다음날 지면에 게재해왔다. 

no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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