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21년 전, 회장으로 취임했을 당시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을 보지 않고 이익만 좇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슴 속이 텅 빈 것 같았습니다."
최태원 SK회장은 SOVAC2019 행사에서 사회적 가치에 대해 강조하며 이를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계속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SK] |
최태원 SK회장은 28일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소셜밸류커넥트(SOVAC)2019' 행사 마지막 무대에서 "사회적 가치 추구 경영을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냐"는 한 참석자의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SOVAC2019는 사회적 가치를 논의하는 행사로 정부, 기관, 비영리단체, 기업인, 일반인 등 4000여명이 참석했다.
최 회장이 이 같은 행사를 추진할 수 있었던 데에는 그의 과거 경험이 밑바탕 됐다.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기업 간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일념 하에 이윤 추구에만 몰두했는데 그런 자신과 정 반대의 사람을 만나면서 생각을 바꾸게 됐다.
최 회장은 "선대 회장이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회장이 됐다. IMF가 터져 상당히 어려운 때였다. 어떻게 해야 살아남고 돈을 더 벌 수 있을까만 생각했다. 공감 능력도 전혀 없었다. 그렇게 10년간 살아남기 위한 전쟁을 했다"며 "어느 날 한 사람을 만났는데, 나와 정 반대였다. 돈엔 관심이 없고 힘든 사람 보면 있는 것 없는 것 다 줬다. 그의 모든 관심은 사람에게 쏠렸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이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그간의 삶이 잘못 됐다고 깨달았고 생각을 고쳤다고 했다. 이때부터 사회적 기업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며 "영리 기업도 사회적 가치를 반드시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 추구 경영을 영속하기 위해서는 편견이나 이분법적인 사고를 가장 먼저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돈을 버는 것은 착하지 않다, 혹은 착한 일과 돈 버는 것은 관계가 없다는 등의 생각은 맞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착한일 하면서 돈을 많이 버는 사례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사회성과 인센티브'를 제안했다. 사회성과 인센티브는, 사회적 기업이 창출한 사회성과를 화폐 단위로 측정해 금전적으로 보상해 주는 제도다.
그는 "사회적 가치에서 성과를 내려면 많은 이들이 참여해야 한다. 다만 문제는 '현실'이다. 이 문제를 돌파하기 위해 만든 것이 사회성과 인센티브 제도"라며 "착한 일도 얼마나 많이 기여했는지 측정하고 그에 따른 보상을 주는 사회를 만들자는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적극적인 장애인 고용과 사회적 가치 추구 업무를 맡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개선을 위해 기업 문화를 바꿔나가는 데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사회적 가치 추구 관련 논의가 계속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SOVAC2019 행사에 참석한 최태원 SK회장이 전시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심지헤 기자] |
이날 행사는 단순히 사회적 성과 창출에 기여한 사회적 기업에게 상을 주던 행사 규모를 키워 다양한 분야 사람들이 사회적 가치를 함께 논의할 수 있도록 만든 첫 자리다. 행사에는 SK그룹을 포함한 80여개 단체 관계자들이 모여 사회적 가치 추구를 위한 방법론과 일자리 문제 등에 대해 토론했다.
네이버 공동창업자로서 현재는 발달장애인을 고용하는 사회적 기업 베어베터를 운영중인 김정호 대표,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정성미 부사장, 김태영 성균관대 교수 등 6명이 국내외 기업들의 사회적 가치 창출 성공사례, 정책적 지원 방향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마지막으로 열린 사회성과 인센티브 시상식에서는 3개 사회적 기업(포이엔·점프·아토머스)이 '특별상'을 수상, 1000만원의 상금을 각각 받았다. 최 회장 제안으로 만들어진 이 시상식을 통해 지난 4년간 사회성과인센티브에 참여한 사회적 기업들이 창출한 사회성과는 총 1078억원이며, 이들에게 지급된 인센티브는 235억원에 달한다.
그는 "사회적 가치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돈을 버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라며 "이제 모두 힘을 합할 때가 왔다.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사회적 가치를 중심으로 우리의 뜻과 힘을 모으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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