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안녕하세요. 저는 현충탑 셀프 참배를 안내해 드릴 명예집례관 서경덕입니다. 제 목소리 안내에 따라 지금부터 셀프 참배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현충탑 셀프 참배는 헌화, 분향, 묵념 순으로 이뤄지며…”
현충탑. 국가와 민족을 위해 산화하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희생정신을 기리는 탑으로, 현충원의 상징이다.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5월 31일 국립서울현충원 현충문 전경. 현충문 뒤로 현충탑이 보인다. suyoung0710@newspim.com |
그런 현충탑 앞에 흡사 계산기와 비슷한 크기의 소형 스피커가 떡하니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그 스피커에서는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의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흘러 나왔다.
지난달 31일 처음 참배객들을 맞이할 이 스피커는 서울현충원에 잠든 호국영령들을 지키고 참배객들을 맞이하는 새로운 마스코트다.
이날 현충원에 초대된 33명의 참배객들은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가장 먼저 이 새로운 마스코트를 만나게 될 행운의 주인공들이었다.
그래서인지 엄숙하고 차분한 얼굴 속에서도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현충탑 셀프참배용 스피커. 참배객들은 셀프 참배용 스피커의 전원을 켜고 ‘시작’ 버튼을 누르면 스피커에서 나오는 명예집례관의 목소리 안내에 따라 간편하게 참배를 할 수 있다. 하수영 기자 suyoung0710@newspim.com |
◆ 서경덕 “‘셀프 참배 프로그램’ 도입 계기로 국민 위한 현충원 프로그램 더 많아지길”
현충원, ‘참배객이 원하는 명예집례관’ 추가 위촉 및 외국어 안내 음성도 추가 예정
5월 31일 오전 11시, 현충문 앞에 집결한 참배객들은 안내원의 안내에 따라 줄을 맞춰 섰다.
안내원은 그런 참배객들에게 주의사항을 일러주기 바빴다. 호국영령께 예를 갖춰야 하는 만큼 주의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모자 쓰신 분은 벗어주세요. 옷도 단정하게 잠가주시고요. 특히 참배 중에 휴대전화는 넣어주세요.”
안내원의 말처럼 참배객들은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동시에 손을 앞으로 모으며 자세를 정돈했다.
이어 양 옆으로 도열해 있는 육‧해‧공 의장대의 연주에 맞춰 행진하던 참배객들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하여 경례!’라는 말이 들리자마자 태극기를 들고 있는 의장대 장병 앞에 멈춰 서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했다.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5월 31일 현충탑 셀프참배 프로그램의 첫 명예집례관으로 참여한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참배를 준비하고 있다. suyoung0710@newspim.com |
특히 검정색 정장을 입고 검정색 넥타이를 하고 온 서 교수는 첫 명예집례관으로 참배를 이끌며 늘 마스코트처럼 보여주던 싱글벙글 웃는 표정 대신 진중하고 엄숙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명예집례관이란 서울현충원이 오는 6월 10일부터 정식으로 도입하는 ‘현충탑 셀프 참배프로그램’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안내 프로그램에 목소리 재능 기부를 하는 사람을 말한다.
명예집례관은 사전에 참배 안내 음성을 녹음해 국민 누구나 현충탑을 찾아 분향, 경례, 묵념 등 참배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예정인데, 첫 명예집례관으로 서 교수가 선정된 것이다.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5월 31일 현충탑 셀프참배 프로그램의 첫 명예집례관으로 참여한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참배를 하고 있다. suyoung0710@newspim.com |
서 교수와 참배객들은 현충탑 앞에 도착했다. 이내 서 교수가 사전에 녹음해 둔 안내 음성에 따라 현충탑 참배를 실시했다.
참배는 헌화-분향-묵념 순으로 이뤄진다. 참배에 소요되는 시간은 약 2분으로, 참배객들은 셀프 참배용 스피커의 전원을 켜고 ‘시작’ 버튼을 누르면 스피커에서 나오는 명예집례관의 목소리 안내에 따라 간편하게 참배를 할 수 있다.
참배를 마친 이후 참배객들은 입장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도열해 있는 의장대 사이를 행진하다가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한 뒤 퇴장했다.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5월 31일 현충탑 셀프참배 프로그램의 첫 명예집례관으로 참여한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와 참배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suyoung0710@newspim.com |
이날 첫 명예집례관으로서 참배를 마친 서 교수는 엄숙하고 진지한 표정 대신 마스코트인 싱긋 웃는 얼굴로 소감을 전했다.
서 교수는 “잘 아시듯 현충탑 참배는 기존에 국가기관이나 단체에서 함께 신청을 해야지만 가능했는데 6월 10일부터는 개인이 누구나 와서 참배할 수 있게 됐다”며 “첫 명예집례관으로 함께 하게 돼 영광”이라고 밝혔다.
서 교수는 그러면서 “이번 셀프 참배 프로그램 도입을 계기로 현충원을 편하게 찾는 국민이 더 늘어났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서 교수는 “이번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6월 호국 보훈의 달뿐만 아니라 365일 국민 누구나 와서 자연스레 방문하고 참배하고 함께 이 곳에서 쉬다 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 계속 만들어지면 좋겠다”며 “젊은 친구들이 셀프 참배 프로그램을 SNS 등으로 시민들에게 많이 알려 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충원은 앞으로 참배객들이 원하는 인물을 명예집례관으로 선택해 추가 위촉할 계획이다.
또 영어‧중국어‧일어 등 외국어 버전의 목소리 안내도 추가해 외국인의 참배도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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