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경남 창원 현동에서 아라가야 최대 규모의 고분군이 확인됐다.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재)삼한문화재연구원(원장 김구군)이 시행한 '거제-마산3 국도건설 현장' 발굴조사에서 아라가야 시기의 나무덧널무덤, 돌덧널무덤 등 670여기의 무덤과 배·오리모양 등 상형토기, 갑옷과 투구, 말갖춤 등이 발견됐다고 4일 밝혔다.
387호 무덤에서 나온 배모양토기 [사진=문화재청] |
이번 발굴조사는 2017년 9월부터 경남 거제시 장목면에서 창원시 우산동까지 연결되는 국도 건설공사 구간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발굴 결과 청동기 시대 수혈주거지 등 37기, 가야 시기 수혈주거지 등 15기, 아라가야 시기 나무 덧널무덤 622기, 돌덧널무덤 35기, 널무덤 17기, 기타 유구 200여기 등이 확인됐다.
나란히 배치된 대형고분 839호와 840호는 부부묘로 추정된다. 이 중 840호 고분은 길이 860cm, 너비 454m, 깊이 124cm 규모로 아라가야 지역에서 조사된 유적 중 가장 크며 주로 무구류와 마구류 등이 나왔다.
길이 772cm, 너비 396cm의 839호 나무덧널무덤에서는 머리 쪽 모양이 세련되고 창이 정교하게 뚫려 있는 불꽃무늬굽다리접시(화염문투창고배, 火焰文透窓高杯) 등이 나왔다. 문화재청 측은 출토유물의 제작기술과 유구의 규모 등으로 볼 때 840호의 주인은 남자, 839호는 여자로 당시 최고층 부부묘일 것으로 추청했다.
1년 10개월간 발굴조사 결과 총 1만여점의 유물들이 출토됐다. 이 중에는 찰갑, 판갑, 투구 등 무구와 고리자루칼, 철촉 등 무기류, 철정, 철착, 철부 등 공구류도 다량 확인됐다. 배를 만들 때 최적화된 어깨가 넓은 쇠도끼(유건철부) 수십점과 100여점의 끌도 나왔다.
배모양토기(주형토기)는 387호 나무덧널무덤의 피장자 머리쪽의 덩이쇠다발 윗면에서 한쪽이 기운 상태로 확인됐다. 길이 29.2cm, 높이 18.3cm의 크기로 배면에 조밀한 톱니무늬가 새겨져 있다. 기존에 나왔던 쪽배형 배모양토기와 달리 판재를 조립한 준구조선(통나무배에서 구조선으로 발전하는 중간단계의 선박) 형태다.
335호 나무덧널무덤에서 나온 오리모양토기(오리 몸에 낙타 얼굴 형태 [사진=문화재청] |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번 배모양토기는 뛰어난 예술품이자 당시 사람들의 해상교역을 증명하는 역사적 자료로 가치가 높다"고 밝혔다.
또한 335호 나무덧널무덤에서 출토된 토기는 원삼국 시대부터 많이 제작된 오리모양토기와 달리 오리(조류)와 낙타(동물)가 결합한 형태가 처음 확인됐다. 이는 당시 국제교류를 보여주는 자료로 평가된다.
아울러 연구진은 이번 발굴 결과로 볼 때 창원 현동에는 아라가야의 문화상을 공유하면서 제철을 생산 기반으로 한 대외 공급 역할을 맡은 해상 세력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역사적으로 창원을 포함한 당시의 진·변한 지역에서는 좋은 품질의 철을 생산해 낙랑, 중국, 일본 등지로 공급했는데 현재의 마산, 김해의 항구들이 그 창구였다"면서 "이번 발굴은 단편적인 기록으로 남아 있는 가야사 연구에 또 하나의 실증적인 자료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현장설명회는 5일 오전 11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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