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타워크레인 운전기사는 건설현장에서 '꽃'으로 불린다. 고층 건물을 짓는 데 꼭 필요한 타워크레인을 조종하다보니 높은 연봉과 처우를 보장받는다. 업계에선 이들이 현장에서 중요한 일을 한다는 점을 악용해 수백만원의 월례비를 갈취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타워크레인 기사가 늘 '꽃길'만 걷는 것은 아니다. 높은 상공에서 작업하는 만큼 목숨을 걸고 일한다고 볼 수도 있다. 실수로 발을 헛디뎌 떨어지면 죽음뿐이다. 직업 특성상 비정규직이라는 약점이 있다. 건물 골조가 완공되면 작업장을 떠나야 한다. 무인 크레인의 보급으로 대체될 위험성도 있다.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타워크레인 운전기사는 건설 현장에서 '꽃'이자 '갑'으로 불린다. 이들이 조종하는 타워크레인은 건설현장에서 골조작업을 하거나 무거운 건설 자재를 들어올리는 데 쓰인다.
타워크레인 [사진=경기도소방재난본부] |
무게가 3톤 미만이면 소형, 3톤 이상이면 대형이다. 일반 크레인 트럭이 어느 정도 이동이 자유로운 것과 달리 타워크레인은 타워(탑) 위에 크레인이 고정돼 있다.
고층 작업을 하는 데 알맞기 때문에 아파트를 비롯한 고층 건물의 건설현장에는 타워크레인이 필요하다.
대형 타워크레인을 조종하려면 필기·실기 시험을 거쳐 '타워크레인운전기능사' 자격증을 따야 한다. 정기시험은 1년에 3번 진행된다.
필기시험 과목으로는 타워크레인 구조 및 기능일반, 양중작업 일반, 타워크레인 설치 해체 일반이 있다. 필기시험을 통과한 후 정비학원에서 실기 시험을 준비한다.
실기는 작업형으로 타워크레인운전 실무가 있다. 대부분 5시간의 실기 수업을 받고 시험을 치른다. 실기 시험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수강료는 시간당 30만원 정도다. 실기 수업에만 150만원이 드는 셈이다.
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타워크레인 운전원으로 취업해서 현장에 파견된다. 건설현장, 조선소에서 무게가 수톤에 이르는 자재나 장비를 일정한 장소로 안전하게 운반 및 설치하는 것이 주요 임무다.
타워크레인 운전기사들은 높은 곳에서 일하는 만큼 생명의 위협에 항상 노출된다. 운전석에 올라가려면 1인용 승강기나 계단도 없이 사다리를 타고 약 20여분을 올라가야 한다. 올라가는 도중 발을 헛디디면 추락사할 위험이 높다. 강풍, 태풍이 불거나 비가 와서 미끄러울 때는 더욱 위험하다. 실제로 공사현장에서 작업 중 타워크레인이 쓰러져 사람이 숨지고 중상을 입는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사소한 불편함도 크다. 한 번 올라갔다가 내려오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번거로워서 아예 도시락을 싸들고 오르기도 한다. 대소변도 비닐이나 페트병에 따로 담아 해결한다.
타워크레인 운전기사들이 건설현장의 다른 노동자보다 연봉이 높은 것도 이러한 위험, 불편을 감수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타워크레인 기사들은 건설현장에서 연봉이 매우 높은 군에 속한다. 사측인 한국타워크레인 임대업 협동조합에 따르면 타워크레인 기사들의 임금은 지난 2017년 이후 매년 올랐다. 하루 8시간, 주 40시간 근로기준 타워크레인 기사의 월 고정임금 합계액은 지난 2017년 375만8850원에서 작년 408만7000원, 올해 430만원으로 뛰었다.
협동조합과 노조는 홀수해에는 임금 및 단체협약, 짝수해에는 임금협약을 진행한다. 작년(2018년) 임금협약은 작년 임금협상을 진행해 체결한 것으로 올해 6월 1일부터 임금인상이 반영된다. 올해 민주노총 소속 타워크레인 노조들은 사측과 임금 4.5% 인상 협상을 마치고 파업을 철회하기로 했다.
또한 1개월이 평균 4.4주라고 가정하면 타워크레인 기사들은 토요일 연장근로 수당으로 월 30만원을 별도 지급받는다. 이 연장근로 수당은 올해 6월 1일부터 적용된다. 또 하루 1시간 추가 근무에 대한 수당을 시간당 2만6000원으로 계산하면 기사들은 주 52시간 근무로 받는 월급이 평일 추가 근무 수당, 주말 수당, 4대 보험료 등을 포함해 약 910만원이다.
고층건물 공사, 지방 오지 공사일 경우 위험수당이나 추가 인센티브도 지급된다. 또한 기사들은 하도급 업체(형틀, 목공, 철근, 전기설비 공종을 담당하는 업체)에서 300만~1000만원에 이르는 '월례비'를 받는다. 월례비는 기사들이 하도급 업체에서 수고비 명목으로 받는 비공식 수당 개념이다.
건설업계에서는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공사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악용해 수백만원의 '월례비'를 챙기며 갑질을 한다고 지적했다.
협동조합 관계자는 "매년 단체협상을 할 때 임금이 조금이라도 올라가지 내려가는 경우는 없다"며 "기사들은 하도급 업체들에서 월례비로 불법금품을 갈취하고 세금도 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타워크레인 기사들은 매우 고소득자에 속한다"며 "현장에서 기사들에 대한 처우도 아주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향후 타워크레인 기사들의 고용불안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국내 타워크레인의 사용대수가 한정돼 있어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와 이용호 의원실(전북 남원·임실·순창)에 따르면 유인(3톤 이상) 타워크레인 수는 지난 2013년 2820대에서 현재 4379대로 1559대(5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무인(3톤 미만) 타워크레인이 14대에서 1838대로 1800여대(1만3028%) 늘어난 것에 비하면 증가폭이 미미하다.
무인 크레인의 보급으로 일자리가 사라질 위험도 높다. 무인 타워크레인은 사람이 타지 않고 원격으로 움직임을 조종하는 크레인이다. 3톤 미만으로 소형에 해당한다. 무인 타워크레인 조종사 자격을 갖추려면 별도 자격시험 없이 3일간 20시간(이론 8시간, 실기 12시간) 수업만 받으면 된다. 수강비는 120만원 수준이다.
한성길 한국타워크레인 임대업 협동조합 이사장은 "소형 타워크레인 숫자가 1800대 늘어난 것은 곧 타워크레인 기사 1800명이 실업자가 됐다는 뜻"이라며 "이로 인해 일자리가 감소해서 기사들이 1년 동안 쉬는 등 대기기간이 길어졌다"고 말했다.
반면 건설업계에서는 소형 크레인 사용이 늘어난 것은 타워크레인 기사들의 '갑질' 행보와 기술발전으로 불가피하게 나타난 현상이라는 시각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타워크레인 노조는 건설현장에서 자기 노조원을 고용할 것을 요구하며 공사를 중단했다"며 "사측은 이에 대한 해법으로 비노조원이 조종할 수 있는 소형 타워크레인을 더 많이 쓰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한 중장기적으로 볼 때 소형 크레인이 확산된 것은 결국 기술발전의 한 측면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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