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히든스테이지
주요뉴스 정치

北, 이희호 여사 조문단 파견 대신 조문·조화 전달…왜?

기사등록 : 2019-06-12 15:36

※ 뉴스 공유하기

URL 복사완료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北 김여정 12일 오후 5시 판문점서 조문·조화 전달
남북관계 교착 해소점 기대했지만, 불발
"北, '조문단 파견=남북관계 진척' 부담스러웠을 것"

[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북한이 결국 고(故) 이희호 여사 장례식에 조문단을 파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소강국면에 접어든 남북관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계기로 기대감을 모았지만 북한은 결국 ‘불참’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대신 북한은 판문점에서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직접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통일부 당국자는 12일 “북측은 오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 명의의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며 “북측은 12일 오후 5시 판문점 통일각에서 귀측의 책임 있는 인사와 만날 것을 제의 한다고도 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그러면서 “북측은 ‘우리 측에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책임일꾼인 김여정 동지가 나갈 것’이라고 통지문에서 밝혔다”며 “이에 우리 측에서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호 통일부 차관, 장례위원회를 대표해 박지원 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민주평화당 의원) 등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동당 로이터=뉴스핌] 이홍규 기자 = 지난 2월26일(현지시간) 베트남 동당역에 도착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앞서 통일부는 이 여사 장례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지난 11일 오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측에 부음을 전달했다.

이후 일부 외신과 국내 매체들은 북한이 곧 조문단을 파견할 것이라는 보도를 내놨다. 특히 이 여사가 생전에 김정일 국방위원장 장례를 직접 조문한 사례도 있어 북한이 ‘답례 조문단’을 보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북한의 이번 이 여사 장례식 불참은 결정은 “남북관계 진척 신호”라는 일각의 해석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또한 필요에 의해서만 움직인다는 기존 원칙을 이번에도 지켰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임재천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아직은 남북관계에 힘을 실을 때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임 교수는 “남북관계는 작년과는 많이 달라졌다”며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남쪽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발신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그러면서 “아울러 북한은 직접적인 대미채널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문재인 정부를 거치지 않고도 (미국과) 바로 얘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지난해 4월 판문점에서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소강국면인) 현 남북관계 상황이 반영된 결정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실망한 기색이 감지되는 모양새다. 하노이 회담 이후 남북 간에도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조문단 파견이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었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선례도 조문단 파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했다. 지난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시 서울을 찾은 북한 조문단은 이를 계기로 현인택 당시 통일부 장관과 만났다. 이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사실상 최초의 남북고위급회담으로 평가됐다. 조문단은 또한 방북 전 청와대를 찾아 이명박 대통령과도 면담했다. 이들은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구두메시지를 전달했다.

현재 남북 간에는 멈춰있는 사안이 많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북측의 태도 때문이다.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건, 아프리카돼지열병 협력제의 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의 4차 남북정상회담 제안에 대해서도 어떠한 답도 내놓고 있지 않다.

이와 더불어 북한은 정부의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 방침에 대해서도 “생색내지 말라”, “근본문제부터 풀어야 한다”는 말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noh@newspim.com

<저작권자©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