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서울 집값이 다시 꿈틀대고 있습니다. 거래가 늘어나고 급매물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정부의 가격안정 의지는 여전하지만 강남권 공급부족과 금리인하 가능성 등 상승요인도 만만치 않은 게 현실입니다. 내년 4월 총선도 가격상승 이벤트로 꼽힙니다. 하지만 정부는 집값 반등 기미를 보이면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입니다.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어떤 쪽으로 움직일지 종합뉴스통신 뉴스핌이 전문가 의견을 중심으로 정리합니다.
<목차>
① 시장 "금리인하·총선” 기대" vs 정부 "추가대책" 만지작
② "서울 강남 빼고 집값 하락..총선 특수 없다"
③ 전세시장, 입주물량 확대에 약보합 지속
[세종=뉴스핌] 서영욱 기자 = 고강도 부동산 규제에도 불구하고 서울 강남권 아파트값이 8개월 만에 다시 상승하며 하반기 부동산시장 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건축 '잠룡'으로 꼽히는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가격이 작년 최고점에 바짝 다가서며 변화의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여기에 하반기 금리인하 가능성과 내년 총선 이슈로 집값이 다시 급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정·청은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추가 부동산대책을 고려하고 있다.
◆ 강남 재건축 최고가 '육박'..금리인하 기름?
20일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아파트가격 하락세가 일제히 멈췄다.
감정원이 이날 발표한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6월 셋째주 강남구(0.02%) 아파트값은 지난주 34주만에 상승전환에 이어 2주 연속 가격이 올랐다. 송파구(0.01%)도 강남구에 이어 금주 상승전환하며 35주만에 가격이 올랐다. 서초구(0.00%)는 35주만에 보합 전환했다.
진원지는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미도아파트와 같은 잠재적인 재건축 잠룡들이다. 정부와 서울시의 재건축 규제로 2억~3억원씩 내려갔던 가격이 최근 거래가 재개되며 전 고점에 다다른 모습이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위)와 잠실동 잠실5단지 전용 76㎡ 시세변동 추이 [자료=KB부동산] |
KB부동산 시세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전용 84㎡ 평균가격은 18억8500만원으로 연초 16억9500만원까지 하락했던 가격을 2억원 가량 회복했다. 작년 9.13대책 전 고점인 19억9500만원에 육박한 모습이다. 이 아파트는 전용 76㎡는 지난 3월 15억1000만원까지 가격이 내렸지만 6월 현재 16억8500만원까지 올랐다.
송파구 잠실5단지도 작년 고점을 거의 회복했다. 이 아파트 전용 76㎡의 6월 가격은 18억4000만원으로 작년 고점인 18억8000만원에 다다랐다. 지난 3월 17억원에서 1억4000만원 가량 오른 금액이다.
강남권 외에도 양천·구로구(0.02%)와 마포구(0.01%)도 아파트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전체 아파트 가격은 전주대비 0.01% 반등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하반기 금리인하로 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반기 금리인하가 현실화되면 9.13대책으로 그나마 억눌려져 있던 투자수요가 부동산에 유입돼 다시 한 번 집값을 끌어올릴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토부나 서울시가 개발압력이 한계에 다다른 개발 정책을 연이어 내놓고 있는 점도 유효하다. 국토부는 지난 10일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와 연계된 '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가칭)' 개발계획안을 최종 승인한 데 이어 서울시는 지난 18일 수색역세권개발사업의 1단계인 서울지하철6호선 DMC역 역사 복합개발 구상을 발표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부나 서울시가 내년 총선을 의식해 개발 압력이 한계에 달한 사업을 중심으로 하반기부터 점차 진척을 낼 것으로 보여 주변 주택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잠실5단지나 은마아파트 재건축도 언제까지 반대만 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소 모습 [자료=이형석 사진기자] |
◆ 재건축 연한 연장·민간 분양가상한제 도입하나
정부도 이런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아파트값이 다시 오르면 추가 부동산대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이원욱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13일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 1000조원에 아주 일부라도 다시 부동산으로 몰리면 부동산 가격의 폭등이 예상된다"며 "당정 간에 이 문제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도 지난 9일 브리핑에서 "9.13대책 후 아파트 매매가가 정점에서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일부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늘어나고 있다"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 추가로 대응하겠다"고 언급했다.
정부가 추가로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은 재건축 가능 연한 준공을 30년에서 40년으로 연장하거나 민간택지의 분양가상한제 적용, 양도세·종합부동산세 강화 등이 거론된다.
재건축 가능 연한 연장은 최근 아파트값 가격 인상이 재건축 단지에서 비롯된 만큼 투자 심리를 꺾기 위한 카드다. 매번 부동산대책 마다 검토 대상에 올랐지만 지금 정부는 안전진단을 강화하는 수준에 멈췄다. 다만 이 경우 지금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들이 반사이익을 얻어 가격 인상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최근 후분양제 흐름과 연관된다. 사실 후분양은 정부에서도 권장하는 제도다. 소비자의 합리적인 판단을 돕고 부실시공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최근 강남이나 여의도 재건축 단지들이 후분양을 검토하는 이유는 일반분양가를 올리기 위한 조치다.
지난 19일 강남구 상아2차 재건축 조합은 3.3㎡당 4700만원대 일반분양가 책정이 힘들어지자 시세 반영이 가능한 후분양을 선택했다. 후분양을 할 때 주변 시세를 반영하면 3.3㎡당 6000만원은 받을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국토부 고위관계자는 "아직까지 후분양을 감당할 수 있는 일부 강남권 사업장에서만 발생하고 있어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3기신도시 발표로 20조원이 넘는 보상금이 주변 부동산에 흘러들어 가격 인상을 부추기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 중이다. 국토부와 LH는 3기 신도시 토지보상금 중 일부를 연금형으로 분할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직 거래량이 예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해 가격이 오를 것이란 전망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일부 급매물이 해소되며 지표상 가격이 상승했지만 추가 매수세가 뒤따라야 장기적으로 가격 상승을 전망할 수 있다"며 "다만 확실한 반등을 이끌어내기에 정부의 수요억제책, 특히 대출규제가 여전히 강력하다"고 설명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