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미국의 핵 전문가들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완전히 폐기한다고 해도 '불가역적 비핵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2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과거 영변 핵 사찰을 주도한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은 "영변 핵시설 이외에 핵무기 생산과 실험 시설 그리고 무기의 폐기까지 포함돼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나머지 관련 시설에 대한 폐기 약속과 로드맵 즉 이정표가 진정한 비핵화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도 했다.
북한 영변 핵시설 [사진=38노스] |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 중 하나인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의 토비 달튼 핵정책프로그램 국장도 "영변 이외에 있는 여러 개의 우라늄 농축시설과 미사일 생산시설 등 장소를 불문하고 광범위한 주요 핵 프로그램 시설들을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
달튼 국장은 그러면서 "영변 폐기에만 집중한다면 이 같은 주요 핵프로그램은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정책 조정관은 "북한이 영변 이외에 알려지지 않은 다른 핵 시설도 폐기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느냐에 (불가역적 비핵화가) 달려있다"고 말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이어 "북한이 영변 이외 핵 관련 시설도 모두 폐기하기 위해 영변 핵시설 폐기를 첫 번째 조치로 한다면 불가역적인 비핵화 단계에 들어갔다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만약 추가 조치가 없다면 영변 이외의 시설에서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얼마든지 유지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불가역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반면 영변 핵시설 폐기만으로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단계인지 여부를 따지는 것보다, 그 자체를 비핵화 협상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이라고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데릴 킴볼 미 군축협회 회장은 "영변 핵단지는 북한 핵 프로그램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본다"면서 "협상을 지속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국내외 뉴스통신사 7곳과의 합동 서면 인터뷰에서 "영변 핵시설 전부가 검증 하에 전면적으로 완전히 폐기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영변 핵시설 폐기 플러스 알파'를 요구하는 미국의 입장과는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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