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낸시 펠로시(민주·캘리포니아) 미국 하원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020 인구조사와 관련한 계획에 대해 비난하고 나섰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인구조사에 시민권 보유 여부를 묻는 항목을 추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CNN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은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선거 보안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인구조사에 시민권 보유 질문을 추가함으로써 선거구를 여당인 공화당에 유리하게 획정하려는 의도를 갖는다고 주장했다.
10년에 한번 이뤄지는 미국 인구조사는 선거구를 획정하고 주별 의석수를 배분하는데 기반이 되는 데이터다. 또 연방 예산을 분배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인구조사는 어느 당이 하원 의석의 다수를 차지할지에 영향을 미친다.
펠로시 의장은 시민권 보유 질문을 추가하면 일부 계층만 집계될 것이라고 말하며 "공화당이 원하는 것은 특정 계층의 (인구조사 참여) 의욕를 저하 시켜 그들이 조사에 응하지 않게 하는 것"이라며 이민자 계층의 소외 현상을 지적했다.
펠로시 의장은 또한 트럼프 행정부의 방침에 대해 "미국을 다시 하얗게 만들 것(Make America White Again)"이라고 비난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대선 당시 캐치프레이즈였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변용한 것이다.
펠로시 의장의 발언은 시민권자를 분리하는 작업이 결국 다인종·다국적의 미국을 백인 중심 사회로 만들 수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 시민권을 소유하지 않은 불법체류자는 대부분 라틴계와 아시아계로 구성된다. 퓨리서치센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불법체류자 수가 1050만명이며 이 중 47%는 멕시코 출신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를 겨냥한 반(反) 이민정책으로 온두라스, 과테말라를 비롯한 중앙아메리카 출신과 아시아 출신의 비중이 늘고 있는 추세이다.
BBC는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대로 인구조사가 실시되면 자신들이 우위를 보이는 뉴욕주, 캘리포니아주 등 지역에 배분되는 하원 의석수가 줄어드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주들은 불법체류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손꼽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 상무부가 시민권 소지 여부 질문을 뺀 인구조사 질문지를 작성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이를 부인했다. 이후 지난 5일에는 2020년 대선이 있는 인구조사에서 시민권 보유 질문을 넣기 위해 행정명령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혀 논란을 가중시켰다.
지난해 미국 상무부는 인구조사에 시민권 소지 관련 질문을 포함할 것이라고 발표했으나 일각에서는 이민자들이 답변을 거부해 응답률이 저조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8개 주 정부는 응답률이 저조해 하원 의석수 조정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이를 반대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주 정부의 승소를 선언했다.
25일(현지시간) 낸시 펠로시(민주·캘리포니아) 하원의장이 워싱턴 캐피톨힐 앞에서 미국의 투표권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6.25.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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