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내년 최저임금이 노사간 줄다리기 끝에 8590원으로 결론났다. 올해 최저임금인 8350원보다 2.87% 인상된 금액이다. 당초 두 자릿 수 인상도 점처졌지만 사용자 측의 강한 반발로 한 자리수 수준에서 결론을 내렸다. 2%대 인상율은 2010년 적용 최저임금안이 2.75% 오른 이후 10년 만이다.
12일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실에서 새벽까지 이어진 '제13차 전원회의'에서 노사 최종안을 두고 투표결과 경영계안인 8590원으로 최종 결론이 났다. 이로써 지난달 19일 노사가 본격적으로 처음 만난 제3차 전원회의 이후 23일만에 내년 최저임금 심의를 매듭졌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이 11일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 전원회의실에서 열린 '제12차 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19.07.11 [사진=뉴스핌DB] |
이날 회의에 앞서 노동계 위원들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간 의견이 둘로 나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민주노총 추천위원 1명은 오후 8시 속개한 회의에 뒤늦게 합류했고, 백석근 민주노총 사무총장 포함 3명의 위원들은 참석을 거부하다 오후 9시가 훌쩍 넘어 회의장에 복귀했다.
하지만 민주노총 복귀 이후에도 회의는 원활히 진행되지 않았다. 10, 20분 단위로 정회와 속개를 반복하며 제대로 된 논의를 이어가지 못했다. 한 최저임금위 관계자는 "내년 최저임금 수준을 놓고 양 노총간 의견대립이 발생해 쉽사리 절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백 사무총장을 포함 민주노총 소속 위원 3명은 정회때마다 청사 인근에 대기하고 있는 민주노총 주요간부들과 만나 의견을 나눴다.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 위원들은 전날 11차 회의에서 제시한 1차 수정안에서 한발도 물러설 수 없음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11차 회의에서 노사 양측은 최저임금 최초안에 대한 1차 수정안으로 각각 9570(14.6%)원과 8185원(-2.0%)을 제시했다. 노동계는 최초안(1만원) 대비 430원을 낮췄고, 경영계는 185원을 올리며 간극을 좁혔지만 여전히 1385원의 격차가 발생했다. 이를 월 소정근로시간 209시간으로 환산하면 각각 200만130원, 171만665원으로 약 30만원 차이를 보인다.
최저임금 심의 물꼬가 트인 것은 새벽 4시가 다되 한국노총이 민주노총 없이도 표결을 강행할 것이라고 밝힌 다음부터다. 한국노총 측 위원은 "민주노총이 불참해도 오늘 투표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11일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실에서 '제12차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2019.07.11 [사진=뉴스핌DB] |
이후 노사 양측이 2차 수정안을 동시 제출하며 내년 최저임금 심의가 급물살을 탔다. 경영계를 대표하는 사용자위원들은 이날 회의에 제출할 2차 수정안을 미리 준비해왔지만 먼저 공개하진 않았다. 협상테이블에서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노동계를 대표하는 근로자위원들은 최종안에서 올해보다 6.3% 오른 8880원을 제시했다. 반면, 경영계는 2.87% 오른 8590원을 제시해 양측간 격차가 390원으로 좁혀졌다. 경영계안으로 투표 결과 찬성 15표, 반대 11표, 기권 1표로 최종 의결됐다.
투표 결과 발표 후 노동계와 경영계의 희비는 확연히 엇갈렸다. 노동계 특히 민주노총 소속 위원들은 입을 다문채 회의장을 빠져나간 반면 경영계 위원들은 나름의 만족감을 표했다.
박준식 최저임금위 위원장은 "모든 위원들이 전 과정을 함께 있었다는게 결과보다 더 중요한 성과"라며 "최저임금 결과에 대해선 정직한 성찰의 결과 공감대가 반영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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