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신임 검찰총장 보다 2년 선배인 윤웅걸(53·21기) 전주지검장이 사의 표명했다.
윤웅걸 전주지검장은 17일 검찰내부통신망에 ‘검찰을 떠나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검찰 구성원들에게 사의를 밝혔다.
윤 지검장은 “검사의 인생은 끊임없는 판단과 결정, 번민의 연속이었다”며 “검사를 끝내는 이 시점에 서서 그간 내린 모든 결정이 정의로웠는지, 권력이 있는 자와 없는 자에게 모두 공정했는지, 인간에 대한 애정없이 가혹한 적은 없었는지 되돌아 본다”고 말했다.
검찰 /김학선 기자 yooksa@ |
그러면서 “검찰은 사람을 죽이는 칼이 아닌 사람을 살리는 칼이 돼야 하고 갈등의 심화가 아닌 치유의 결과로 국가와 사회를 살리는 칼의 돼야 한다”며 “환부만 정확하게 도려내는 명의처럼 문제가 있는 부분만 정밀하게 도려내는 방식으로 사회 병리현상을 치료하는데 검찰권이 행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절차와 결과에 있어 검찰권이 잔혹하게 행사됐다는 평가를 받지 말아야 한다”며 “검찰에 다녀간 사람들이 검사의 공명심을 세우기 위해 검찰에 대한 증오심을 갖게 해서는 안된다”고도 말했다.
구성원들에게 “검찰 선배들이 오랜 경험을 통해 남긴 ‘외과수술식 수사’라든지 ‘칼은 찌르되 비틀지 말라’는 등 말씀을 모두 깊이 새기면 좋겠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윤 지검장은 아울러 “인자함은 지나쳐도 군자로서 문제가 없지만 정의로움이 지나치면 잔인한 사람이 된다”는 북송시대 문인 소동파(蘇東坡)의 말을 인용하며 “검사도 정의를 추구하되 인간에 대한 따뜻한 마음은 잃지 않아야 한다고 이를 해석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이에 공감하는 후배 검사가 시 한수를 보내줬는데 이를 끝으로 이별을 고하고자 한다”며 정호승 시인의 ‘부드러운 칼’을 언급하고 “부드러운 칼을 먹고 물고기가 산란하듯 추상과 같은 칼의 속성은 간직하면서도 인간에 대한 애정은 잃지 않음으로써 부디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검찰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끝맺었다.
윤 지검장은 지난 1995년 창원지검에서 검사로 임관해 수원지검 공안부장과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 서울서부지검 차장, 서울중앙지검 2차장 등을 거쳐 2015년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앞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검찰내부통신망에 ‘검찰은 수사 지휘에 집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검찰 권한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힌 바 있다.
윤 지검장의 사퇴로 지난달 17일 윤 신임 총장 지명 이후 사직 의사를 밝힌 검사장급 이상 검찰 간부는 8명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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