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로 밝혀진 다스(DAS)의 미국 소송비를 삼성그룹이 대납한 사건과 관련,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이 전 대통령 취임 전후 2차례 자금 지원을 지시한 사실이 있다”고 증언했다.
이 전 부회장은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17일 열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 혐의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33차 공판기일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전 부회장은 최근 검찰이 추가로 확보한 이 전 대통령의 뇌물 51억 원 혐의 증거에 대한 사실 확인 차원에서 지난 3월에 이어 이 전 대통령 재판의 증인으로 또다시 소환됐다. 이 전 부회장은 사건 당시 이건희 회장에 이어 삼성 2인자로 자금 관리 등을 맡아 이번 사건의 핵심 증인으로 알려져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지난 3월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이명박 전 대통령 항소심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신문을 마치고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2019.03.27 pangbin@newspim.com |
앞서 검찰은 지난 5월 말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다스 관련 삼성 뇌물 사건에 대한 추가 증거를 이첩 받은 이후 다스의 미국 소송을 대리했던 미국 로펌 에이킨검프(Akin Gump Strauss Hauer & Feld LLP)가 삼성전자 미국법인에 총 51억여원의 소송비를 청구했다는 내용을 추가해 공소장을 변경한 바 있다.
이 전 부회장은 이와 관련해 “에이킨검프의 김 변호사로부터 자금 지원 얘기를 2번 들었다”며 “한 번은 이 전 대통령이 후보자였던 시절이고, 다른 한 번은 대통령 취임 이후 김 변호사가 청와대에 다녀왔다면서 찾아왔을 때”라고 진술했다.
또 “구체적인 시기나 미국 법인, 다스 등 얘기를 했는지는 오래돼서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도 “김 변호사의 요청을 이건희 회장에게 보고한 뒤 (당시 삼성전자 경영지원 총괄 담당) 최 사장에게 요청이 있으면 그대로 처리해주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이날 이 전 부회장에 앞서 증인신문에 참석한 최도석 전 사장 역시 “이학수 실장이 전화로 에이킨검프 측에서 미국 법인으로 인보이스(송장)가 오면 그대로 해주라고 지시해 있는 그대로 미국 법인 직원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 측은 이 전 회장에게 “김석한 변호사가 이 전 대통령을 팔아 개인적 이득을 취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한 적이 없냐”며 검찰이 제시한 추가 뇌물 혐의를 방어했다.
또 검찰이 추가 뇌물 증거로 제시한 다스 인보이스(송장)에 대해서도 증거 능력이 의심된다며 사실 관계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미 검찰은 에이킨검프가 삼성 측에 다스 소송 비용을 대납해달라고 요청한 내용이 담긴 해당 인보이스가 다스에서 발행한 것이 맞는지 등을 확인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다스 측이 이를 거부한 상태다. 에이킨검프는 다스 측 동의가 없다면 진위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검프 측 인보이스와 관련해 법원은 시간 단축을 위해 검찰이 직접 상대국과 국제공조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변호인 측은 피고인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을 통해 다스가 인보이스 진위 여부 확인에 동의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하고 검찰 측은 사실조회 시 방어권 차원에서 변호인 측이 확인하길 원하는 내용을 포함할 수 있도록 각각 양보하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다음 재판은 내달 23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다.
kintakunte8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