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중국 상장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이 올들어 폭증했다.
미국의 대규모 관세에 따른 경기 하강 기류와 자산시장 충격을 상쇄하기 위해 중국 금융당국이 동원한 해법이다.
중국 위안화와 미국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하지만 자사주 매입이 주식시장의 단기 충격을 진정시키기 위한 임시 방편일 뿐 추세적인 상승 사이클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월가의 지적이다.
18일(현지시각) 시장 조사 업체 윈드에 따르면 올들어 중국 기업의 자사주 매입 규모가 936억위안(136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매입 규모인 510억위안의 약 두 배에 이르는 수치다. 연초 이후 추세가 지속될 경우 올해 전례 없는 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중국 기업들 사이에 자사주 매입은 지난 2017년까지만 해도 일반적인 주가 관리 정책으로 자리잡지 못했다. 2016~2017년 규모는 100억위안 내외였고, 2015년 수치는 50억위안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상황이 급변했고, 이는 미국과 무역 냉전에 따른 금융시장 충격과 무관하지 않다는 진단이다.
중국 금융당국은 상장 기업의 자사주 매입 규제를 대폭 완화, 트럼프 행정부의 폭탄 관세와 이에 따른 경기 하강에 따른 주가 하락 리스크에 방어막을 쳤다.
IT 업계를 중심으로 미국 기업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장기간에 걸쳐 뉴욕증시의 강세장을 주도한 것과 흡사한 전략을 취한 셈이다.
미국과 극심한 무역 마찰 속에 지난해 급락했던 상하이 종합지수가 올들어 급반전을 이룬 데는 자사주 매입의 힘이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 기업은 수익성 대비 자사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판단, 투자 측면에서 자사주를 매입하는 움직임이다.
AVIC 트러스트의 우 자오옌 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탄탄한 재무 건전성과 무역 전쟁 속에서도 강한 수익성을 유지하는 기업들이 자사 주가가 급락하자 이를 적극 매입하고 있다”며 “다른 투자 자산보다 저평가된 자사주가 더 매력적이라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격적인 자사주 매입이 투자 심리를 개선시키는 데는 역부족이다.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요 주주들의 보유 주식 매도가 크게 늘어난 것.
윈드에 따르면 올들어 주요 주주가 지분을 축소한 기업이 1290개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수치인 1197건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지루한 장기전 양상으로 치달은 무역 신경전과 27년래 최저 수준으로 후퇴한 성장률이 투자 심리를 꺾어 놓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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