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양섭 민경하 기자 = 개성공단기업협회(이하 개성공단협회)의 중견기업들이 주축이 된 새로운 남북경협 단체가 설립됐다. 개성공단협회 초기 회장단 멤버들이 공동회장단을 구성했다. 이를 두고 개성공단협회 일부 회원들이 역할 중복과 기존 협회의 역량 분산 등을 이유로 불만을 제기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 김기문·문창섭·배해동 공동회장.. "10월 창립 총회 계획"
25일 정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남북경협 사업에 중점을 둔 ‘한반도경제협력기업협회(이하 한경협)’가 올해 설립 허가를 받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4월 ‘사단법인 한반도경제협력기업협회’에 대한 설립을 허가했다. 설립목적은 '남북 경제협력사업기업의 경영지원과 권익보호를 위해 노력하며, 남북한의 경제협력 등을 통하여 한반도의 평화구축과 공동번영에 기여'라고 기재돼 있다.
한경협의 대표자는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 출신의 문창섭 삼덕통상 회장이다. 지난해 8월 협회 발족 당시부터 문 회장을 비롯해 배해동 토니모리 회장, 김기문 제이에스티나 회장(현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등 세 명이 공동 회장을 맡기로 하고, 등기 대표직은 문 회장을 올리기로 했다. 공동 회장을 맡은 세 명은 모두 개성공단협회 초기 회장 출신이다. 김기문 회장이 1대, 문창섭 회장이 2대, 배해동 회장이 4대 회장을 각각 역임했다. 한경협의 등기 주소는 서울 서초구에 있는 '토니모리빌딩 505호'로 기재돼 있다.
배해동 회장은 뉴스핌과의 전화통화에서 "한반도를 포함해 일본, 중국을 아우르는 사업가들의 활동 영역을 확장하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경협 설립 취지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오는 10월 창립 총회를 열고 본격적인 출발을 할까 한다"며, "30명 안팎으로 시작했지만, 그 뒤로도 많이 들어오고 있고 차차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07.17 mironj19@newspim.com |
◆ 임원 대부분 개성공단기업 출신.. "향후 중기중앙회와 협력"
한경협의 임원 대부분은 개성공단 기업인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희건 나인 대표가 상근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성현상 만선 대표, 홍수기 홍진싸이클 대표 등 부회장직 대다수가 개성공단 기업인이다.
이희건 부회장은 현재 중기중앙회 남북경협분과위원회 위원장도 겸임하고 있다. 한경협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서게 되면, 중기중앙회 내부에 사무실을 차리고 중기중앙회 측과 협업을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향후 한경협 측과의 협력 관계에 대해 "개성공단 재개를 시작으로 제2, 제3 개성공단과 맞물려서 간다고 생각해야 한다"면서, "장기적으로 남북경협은 큰 그림으로 대승적인 차원에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기문 회장이 한경협 공동회장으로 등록된 것에 대해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김기문 회장이) 실제 활동하려는 것은 아니고, 문 회장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힘을 실어달라는 차원에서 요청이 왔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한경협 출범 움직임에 대해 개성공단협회 일부 회원들은 불만을 제기해왔다. 개성공단이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여전히 굳게 닫혀 있는 가운데, 개성공단 재개를 위해 힘을 모으기는 커녕 오히려 입주 기업인들 사이에서 분열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정기섭 개성공단협회 회장도 다소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정 회장은 "개성공단기업 중 일부가 가입돼 있는데, 가입 통로에 대해서도 완전히 공개하지 않고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하는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면서, "또 ‘개성공단 부지가 추가로 확보되면 어떤 역할을 하겠다' 이런 내용이 있던데, 그런 부분은 우리 개성공단협회와 상충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개성공단협회 회원중 18곳 정도가 거기 가입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한경협 측과 협력이나 역할 등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는 "전혀 상의한 바 없다"고 답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인턴기자 =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이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개성공단기업협회에서 열린 개성공단 방북 승인에 따른 개성공단 기업 비상대책위원회 간담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2019.05.21 dlsgur9757@newspim.com |
◆ 한경협 운영 임원 "개성공단협회가 예민하게 반응"
이 같은 개성공단협회 분열 논란에 대해 한경협 운영을 담당하는 임원 A씨는 "협회 주요 회원사 중 개성공단기업이 많아 마치 입주기업 간의 분열을 조장하는 것처럼 보는 시선들은 인정한다"면서도, "남북경협이 구체적으로 진행된다면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는건 우리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중기중앙회와의 협업을 통해서 협동조합들과도 시너지가 날 것"이라며 "남북경협의 구심점이 된다는게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개성공단 대표 단체를 개성공단협회로 하고 있지만 실제로 협회는 10여 명의 임원진만 움직이고 있다"며 "지금 회원사의 회비조차 걷기 어려운 개성공단협회가 위기 의식을 느끼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초 한경협은 지난해 10월 중소벤처기업부 산하로 사단법인 설립 신청을 고려했다. 하지만 향후 남북경협이 진전될 경우, 산업부가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 산업부로 방향을 틀었다는 게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또 주도하는 쪽이 주로 중견기업이 많아 중기부 소관인 ‘중소기업’ 범위를 벗어나는 것도 배경이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기부 관계자는 “중견기업은 우리가 관여하지 못 한다. 해당 협회 설립허가 신청이 들어온 적은 없다”면서, “구두 문의가 있었을 수는 있겠다"고 답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부처 산하 사단 법인을 설립할 때는 수주에 걸쳐 관련 부처와 지자체 의견을 조회하게 돼있다"며, "통일부, 중기부를 포함해 관련 부처와 지자체 모두 이견이 없다는 입장을 보내와 설립을 허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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