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봄이 기자= 대신증권 노조가 25일 사측의 프레젠테이션(PT) 대회를 문제삼고, '직장 내 괴롭힘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는 업무상 범위를 넘어 직원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으나, 사측은 소양을 키울 수 있는 기회로 직원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법안이 지난 16일 시행된 이후 증권업계에서 제기된 첫 사례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사무금융노조 대신증권지부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진은 정부의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을 비웃기라도 하듯, 법 시행 다음날인 지난 17일 사내 공문을 통해 상당수 직원들을 저성과자로 낙인찍어 명단을 공개하고, 영업역량 강화를 위한 프레젠테이션(PT) 대회를 명목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신증권 앞 '직장 내 괴롭힘' 노조 기자회견 [사진=사무금융노조 대신증권지부] |
노조 측은 이어 "오늘 자산관리(WM) 사업단 주최로 'WM Active PT 대회'를 진행하겠다면서 지난 17일 전 직원에게 공문을 발송했다"며 "대다수 직원들은 이번 행사가 저성과자 괴롭히기라고 반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PT 대회 목적을 아이디어 공유와 WM 영업역량 강화로 정하고 참여 강제적 표현을 쓰지는 않았지만, 대상 직원 명단을 보면 본사에서 영업점으로 발령받은 지 6개월 밖에 되지 않은 영업직원이나 전략적 성과대상자 등 저성과자로 낙인찍힌 125명이었다는 것. 대상자 명단을 공개해 결국 전원 참가를 강요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경영진은 업무 연락을 통해 대상 직원을 125명에서 전 직원으로 확대, 임원까지 포함해 이번 대회를 강행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노조 측은 "경영진의 행태는 지난 16일부터 시행 중인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관련 법안을 명시한 근로기준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며 "사용자로서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서 직원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고 근무 환경을 악화시켜 근로기준법 76조의2를 위반했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다고 밝힘으로써 피해 근로자 등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해서는 안 된다는 근로기준법 76조의3의 3항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회를 즉각 철회할 것을 다시 한 번 요구한다. 만약 경영진이 이번 행사를 철회하지 않고 강행한다면 지부는 민주노총 법률원, 사무금융노조와 함께 법적 조치를 포함한 강력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고=대신증권] |
이에 대해 대신증권 관계자는 "이번 PT대회는 저성과자와는 전혀 무관한 행사"라며 "저성과자가 아니기 때문에 참가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WM 역업역량 강화는 불가피하게 사내 교육이 필요한 부분이며 비정기적이지만 몇 차례 진행해 온 것이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볼 수 없는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고객의 자산을 올바르게 관리하기 위해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제안하는 능력은 영업점 PB에게는 핵심중의 핵심 역량"이라며 "PB로서 당연히 갖춰야 할 소양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몰고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고객자산을 관리하는 직원으로서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본질을 외면하고 본인들 입맛에 맞지 않는 업무는 배척하는 것은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직장내 괴롭힘의 본래 법 제정 취지에 맞지 않고 무리하게 법 적용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애초 행사가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했는지 불명확하기 때문에 직장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여러 업계에서 사례가 제기되고 있어 법 적용이 가능한지 등에 관심이 높은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일주일 동안 하루 평균 110건 정도 접수가 들어왔다. 고용노동부는 하루 10~20건 정도 접수받고 있으며, 지금까지 총 108건이 접수됐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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