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스위스 중앙은행이 2년래 최대 규모로 외환시장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돼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인하 움직임에 프랑화가 상승 압력을 받자 나타난 대응으로, 가뜩이나 트럼프 행정부 주도의 환율전쟁 리스크가 고조된 상황과 맞물려 투자자들을 긴장하게 했다.
스위스 프랑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29일(현지시각) 스위스 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 한 주 사이 시중은행의 요구불 예금(sight deposits)이 17억프랑(17억달러) 급증했다.
이에 따라 요구불 예금은 지난 2017년 여름 이후 2년 사이 최대 폭으로 늘어난 셈이다.
일반적으로 요구불 예금은 중앙은행이 프랑화를 매도할 때 해당 자금이 거래 상대방인 시중은행의 당좌예금으로 이동하면서 늘어나게 된다.
지난주 예금액이 대폭 늘어난 것은 스위스 중앙은행의 환시 개입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는 대목이라는 진단이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연이어 금리인하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 데다 ECB 역시 이달 통화정책 회의에서 9월 금리인하 및 양적완화(QE) 축소 가능성을 열어 제치면서 프랑화가 달러화 및 유로화에 대해 강세 흐름을 탔고, 중앙은행이 통제에 나섰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 4월 1.20 선에 바짝 근접했던 유로/프랑 환율이 1.10프랑까지 하락하며 투자자들 사이에 기술적 저항선으로 통하는 수치를 위협, 정책자들을 압박했다는 해석이다.
UBS 웰스 매니지먼트의 토마스 플러리 외환 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요구불 예금 급증은 환시 개입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며 “지난 2017년 프랑스 대선 당시 대규모 개입을 벌였던 스위스 중앙은행이 이후 최대 규모의 개입을 단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시장 전문가들의 주장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 발표를 회피하는 모습이다. 월가 트레이더들은 미국과 유로존의 통화완화 정책 기조가 프랑화 자산의 투자 매력을 높이고 있고, 개입 효과가 단기 약발에 그칠 것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최근 몇 달 사이 지속된 프랑화 상승 탄력을 꺾어 놓는 일이 그리 간단치 않다는 얘기다. WSJ은 요구불 예금 데이터의 발표 기준일과 시점을 감안할 때 스위스 중앙은행의 환시 개입이 ECB의 통화정책 회의 이전에 단행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한편에서는 스위스 이외에 주요국들이 환시 개입에 나설 경우 트럼프 행정부를 자극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주 CNBC와 워싱턴 포스트(WP)는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무역 정책을 논의하기 위해 백악관에서 열린 고위 정책자들 회의에서 달러화 평가절하 해법을 찾기 위한 ‘끝장 토론’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이번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의 환시 개입 권고를 거절했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JP모간은 보고서에서 “스위스 중앙은행이 개입 사실을 숨기려고 옵션을 동원했을 여지가 높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날을 세우고 있어 적극적으로 나서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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