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펌프장 참사로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된 가운데 시설의 유지관리를 맡은 양천구와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소통의 부재로 수문 개방을 제어하지 못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양측 모두 책임을 벗어나기 힘들 전망이다.
31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10분 구모(66)씨 등 2명은 전선 등 전기자재 수거방법을 파악하기 위해 빗물저류배수터널에 들어갔다.
양천구를 비롯한 서울에서는 이날 오전부터 기습 폭우가 내리고 있었다. 오전 7시30분에는 호우주의보가 발령됐다. 이에 양천구는 오전 7시38분 현대건설에 수문 개방을 통보했다.
2분 뒤인 오전 7시40분 수문이 개방되면서 고씨 등 2명은 고립될 처지에 놓였다. 이에 현대건설 직원인 안모(30)씨는 작업자 대피를 위해 오전 7시50분 터널에 진입했다. 그러나 안씨도 빗물에 휩쓸리면서 실종됐다.
소방당국 등은 수문이 개방되고 23분 후 터널 내 빗물유입수가 모두 찬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만일 23분 안에 현대건설이나 양천구에서 수문을 다시 잠그거나 작업자들을 구출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면 이번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양천구와 현대건설은 긴급한 위기상황에서도 원활한 소통이 되지 않으면서 23분이란 '골든타임'을 놓쳐버렸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중부지방에 기습적인 폭우가 내린 3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펌프장에서 근로자 3명이 고립돼 119구조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지하 40m 저류시설 점검을 위해 내려갔다가 올라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07.31 mironj19@newspim.com |
현대건설 관계자는 "양천구 담당관의 전화를 받고 수문 제어실로 이동했을 때 이미 수문이 개방됐다"며 "수문 개방에 대해 우리는 권한이 없다. 제어실 비밀번호도 몰랐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양천구청 관계자는 "현대건설에 수문 조작 권한이 없다는 말은 잘못 표현된 것 같아 수정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설물이 준공돼 매뉴얼이 모두 우리에게 넘어왔을 때 양천구에서 운영·관리하게 된다"며 "현재는 공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양천구는 인수인계 사항이 없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사고 이후에도 양천구와 현대건설을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급급했다. 양천구청은 현대건설로부터 작업자가 터널에 있었다는 통보를 받았다면 수문 개방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천구청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양천구청에 요청을 하면 우리가 수문 제어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그러나 지금까지 현대건설은 무슨 작업을 하겠다고 우리에게 통보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사람이 터널 안에 있는지 없는지, 작업을 할 것인지 여부 등은 시공사에서 판단하는 사항"이라며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양천구와 현대건설이 책임을 떠넘기는 동안 실종자 가족들의 속은 타들어만 갔다. 실종자 아버지 A씨는 "다 필요 없고 구조를 어떻게 할 것인지나 듣고 싶다"며 "사고 발생 10시간이 넘게 지났는데 구조에 대한 이야기는 왜 안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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