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다영 기자 =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사태' 이후 연이어 발생한 제약·바이오업계의 악재를 타개할 하반기 최대 기대주였던 신라젠의 '펙사벡'이 임상 시험을 중단하라는 평가 결과를 받았다.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코스닥 시가총액 3위 종목이었던 신라젠의 주가는 바로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
◆ DMC, 펙사벡 임상시험 중단 권고
2일 신라젠은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와 무용성 평가 관련 미팅에서 펙사벡의 임상시험 중단을 권고받았다고 공시했다.
[로고=신라젠] |
펙사벡은 신라젠이 개발해온 간암 치료제다. 종양세포에 침투해 증식해서 이 세포를 터뜨리고 주변 면역세포의 활성도는 높이는 작용 기전이다. 기존 간암 치료제 '넥사바'와 함께 투여하면 치료효과를 더 높일 것으로 기대를 받았다.
무용성 평가는 펙사벡의 글로벌 임상 3상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중간 평가하는 단계다. 개발 중인 약이 치료제로서의 가치가 있는지를 따져 임상 지속 여부를 판단한다.
신라젠은 무용성 평가에서 문제가 없으면 2020년 12월 완료를 목표로 임상 3상을 이어서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하지 못하고 무용성 평가의 벽에 부딪치면서 사실상 임상 3상이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 펙사벡 임상 놓고 말 많고 탈 많았던 신라젠
2006년 설립된 신라젠은 2016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바이오 투자 열풍을 타고 2018년 11만5000원까지 급등했다.
신라젠은 총 8개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는데, 중심 파이프라인이 펙사벡이었다. 8개 중 7개는 펙사벡에서 파생된 파이프라인이다.
회사의 핵심인 펙사벡은 무용성 평가 결과를 미루면서 임상시험에 실패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신라젠은 애초 올 상반기 내 무용성 평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임상 진행 과정에서 시기를 올해 8월로 미루면서 임상 실패 우려가 커졌다.
지난달 초에는 현직 임원이 보유 주식 17만7777주를 전량 매도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는 88억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당시 펙사벡의 무용성 평가 결과가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안 임원이 미리 손을 뗀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왔다.
신라젠 측은 해당 임원의 주식 매도가 "펙사벡 임상과는 무관하다"며 "개인 채무 등의 문제로 매도했을 뿐 연구·개발(R&D) 부서와 무관한 신사업 추진팀이라 임상정보는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업계에서는 펙사벡의 임상에 대한 기대가 과대했다는 반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라젠의 거품이 걷히는 것 아니겠나"라며 "비용만 있고 매출이 없는 회사였는데 무용성 평가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중심 파이프라인인 펙사벡 임상이 중단되면 신라젠의 미래가 불투명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다른 관계자는 "신라젠은 펙사벡만으로 지금까지 몸집을 부풀려왔는데 펙사벡에 문제가 생기면 신라젠이 앞으로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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