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일본 화이트리스트 제외 충격으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당국의 시장개입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외환시장에서 만큼은 우리나라가 신흥국으로 통하는 상황에서 현재의 변동성 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5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1203.6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개장가 기준으로 2년7개월만에 1200원대가 뚫린 것이다.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제외 파장 외에도 △미국 국채금리 하락 △미중 무역분쟁 지속 △북한 미사일 발사 △우리나라 수출부진 등 악재가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다.
지난 1년간 달러/원 환율 추이 [자료=인베스팅닷컴] |
◆ 당국 개입에도 환율 상승 지속
화이트리스트 제외는 예고된 사안이었음에도 원화 값을 끌어내리고 있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발표한 지난 2일, 달러/원 환율은 9.5원 급등한 1198원대를 기록하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반면 일본 엔화는 달러에 비해서도 강세를 보이며 안전자산으로서의 입지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
문제는 앞으로도 대외 변수가 확대될 때마다 환율이 요동치면서 투자자들은 불안에 떨어야 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당국의 시장개입에도 불구하고 원화값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2일 화이트리스트 제외와 관련해 "(환율이) 시장에서 예상치 못한 움직임에 의해 변동할 경우 정부가 파인튜닝(미세조정)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한국은행 관계자 역시 환율 개입에 대해 즉답을 피하면서도 "환율 시장이 안정되게끔 하는 게 우리 책무"라고 전했다.
이에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2일 당국이 여러 차례 시장에 개입했으나 환율은 연고점을 경신했고 다시 5일 1200원이 뚫렸다"고 밝혔다. 그는 "그나마 원화 약세에 대한 개입이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미국 눈치 안보고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분명 일정부분 환율 추가상승을 막는데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시장은 당국의 개입 여부를 신경쓰지 않고 베팅에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외환시장에서 만큼은 우리나라는 '신흥국' 대접을 받는다. 우리나라도 세계 9위 외환보유고를 보유하고 있고 통화스왑도 체결했기 때문에 시장 개입여력은 충분하다. 하지만 당국이 더 강하게 개입할 경우 오히려 시장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고 전했다. 문 연구원은 "지난 오랜기간 위안화가 절하되는 상황에서 중국은 세계 최대규모의 외환보유고를 이용해 개입했었지만, 결국 위안화 약세를 막지 못했다"고 떠올렸다.
하준우 대구은행 외환딜러 역시 "당국 개입은 결국 미세조정이다. 마음먹고 환율을 꺾으려고 하면 꺾을 수도 있겠지만, 이런 인위적인 조정이 바람직한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12.20 포인트(0.61%) 내린 1985.93에 출발했다. 원·달러 환율은 5.6원 오른 1203.6원으로 장을 시작했다. 이날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19.08.05 dlsgur9757@newspim.com |
◆ "외부 탓만 해선 안 돼… 환율 진단부터 잘못"
원화 약세에 대한 진단 자체가 잘못됐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미중 무역분쟁 부진, 일본 화이트리스트 제외 등 외부 변수 외에도 우리나라 경기 둔화에 대한 원인부터 제대로 짚어야 환율 변동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경제도 안 좋고 성장률도 둔화하고 있는데다 앞서 기준금리 인하까지 원화약세 요인"이라며 "화이트리스트 제외와 같은 강한 충격이 가해지는 상황에서는 당국도 방향성을 바꾸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외국계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우리 경제가 안 좋은 건 외부탓이다. 국제시장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이런 말들을 하는데, 결국 이는 정부와 한국은행의 논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수출 외에도 투자, 소비, 정부지출 등이 전부 경제에 영향을 미치며 원화 값을 결정하는 요인"이라며 "성장률 전망치가 계속 낮아지는 상황에서, 환율이 크게 하락(원화 절상)할 것 같지는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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